얼마전 드라마를 보는데 재벌 여자 주인공이 이런 대사를 했다. "돈 많은데 왜 걸어?" 물론 이 대사는 주인공의 철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지만, 현대인들이라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의 우리에게 '걷기'란 돈만 있으면 편리한 이동 수단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 그리고 굳이 시간을 내고 싶지 않은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두 발과 두 다리를 가지고 서서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기어다니던 신생아 시기를 지나면 자연스레 '걷는 존재'가 된다. 너무 당연한 일이라서 걷는 존재로 태어났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을 뿐.
이 책은 다른 내용 없이 온전히 '걷기'에 대해서만 말한다. 걷는 방법을 무려 52가지나 소개하고 있고, 각 방법의 장점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걷는데 무슨 방법이 필요한건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약간의 준비물과 계획이 있다면 더욱 즐거운 걷기가 된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꽤 분량이 있는 책이라서 읽는데 시간이 걸린 것도 있지만, 책에 등장하는 걷기를 실제로 해보느라 한 챕터를 읽고 밖으로 나가는 날이 많았다. 이 책 자체가 1년(52주)에 맞춰 52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으니 한주에 한가지 방법은 시도해보기를 추천한다.
그동안 책을 읽고 따라했던 걷기 방법은 '추운 날의 걷기', '바른 자세로 걷기', '느리게 천천히 걷기', '단 12분의 짧은 걷기', '도시의 냄새를 맡으며 걷기', '혼자 걷기', '바닷가를 따라 걷기', '식사 후에 걷기' 등이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2주가 조금 넘었는데 그동안 이렇게 다양한 걷기를 시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위의 걷기 목록을 보면 알겠지만 사실 크게 어려운 것은 없다. 나가서 걸으면 되고 거기에 약간의 조건만 추가하면 되는 것이다.
각각의 걷기 방법마다 작가의 경험이 담겨있고, 또는 의학적으로 증명된 효과들도 함께 적혀있다. 그래서 단순 에세이라기 보다는 '과학적인 탐구'라는 설명이 참 잘 어울린다. 책을 읽으며 현재 상황에 맞는 걷기 방법들을 선택해 실천해볼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도 '걷기'를 어떤 행사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시간을 내서 경치 좋은 곳에서 제대로 걸어야 한다거나, 운동이 될 만큼 높은 강도로 걸어야 한다거나.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일상속의 '걷기'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길, 점심시간의 짧은 외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우리가 걷는 존재임을 잊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새롭게 바라볼 때 오는 그 즐거움을 모두가 알게 되기를.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