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장'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를 보며 책을 펼쳤다. 제목 그대로 딸인 슬아가 가장이 되어 집안을 이끄는 이야기였다. 엄마와 아빠는 딸의 출판사에 직원으로 고용되어 각자 잘하는 일(청소, 요리 등)을 한다. 가족회사여도 업무시간에는 존댓말을 사용하여 서로를 존중한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성격이 매우 뚜렷하고 재미있었다. 먼저,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이자 이 집의 가장인 슬아는 책임감 넘치고 스스로를 단련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에 비해 엄마 복희는 웃음이 많고 따뜻하며 너그러운 사람이며, 아빠도 친절하고 귀여운 면을 보여준다.
가족회사 그리고 가녀장이라는 형태에서 엄마와 아빠가 별다른 불만 없이 일상을 꾸려나가는 이유는 슬아가 그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들이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슬아를 대표로서, 가장으로서 극진히 모신다.
웅이가 훌훌 떠나보낸 문학을 슬아는 힘껏 붙들고 있다. 슬아를 모시는 게 어쩌면 문학을 간접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고 웅이는 생각한다. - p. 62
한편씩 짤막하게 구성된 이야기가 꼭 가족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재미있는 가족의 일상이 쭉 지금처럼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슬아 작가의 글은 처음이었는데 다른 책도 얼른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