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세대갈등, 정경유착… 독자 눈길 잡는 모티브들
세월호의 기억을 슬픔의 블랙홀에서 인양해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디딤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전통 사상의 큰 스승인 퇴계의 인간적 면모와 선비정신을 재조명한 소설이 출간됐다. 저자는 “세월호가 빨아들인 우리 사회의 거대한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승화시키고 절망과 반목을 딛고 미래세대가 희망을 찾아 가도록 터닝 포인트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금개혁과 청년실업 문제를 둘러싸고 갈수록 골이 깊어지는 세대갈등의 발전적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또한 새로운 한류 ‘K-스피릿’의 희망을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소설 속에는 고교생 라이언과 대립하는 ‘자수성가형 60대 건설재벌 성찬수 회장’이 등장한다. 그 성 회장과 여야 정치인들 간의 검은 커넥션이 스토리의 결정적 모멘텀이다. 마치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미리 내다본 듯하다.
태산고 ‘범털클럽 일진 짱’ 라이언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퇴계의 꾸지람, “느그들, 이기 인간이 할 짓이가?”
퇴계 이황과 8년에 걸쳐 사단칠정 논변을 펼친 고봉 기대승이 선계(仙界)에서 세월호 사고를 놓고 나누는 대화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첫 장부터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작중 퇴계는 아이들을 ‘가만히 앉아 있게 만든’ 장유유서의 권위주의적 질서 형성에 일조한 장본인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그리고 앉아 있던 아이들을 일으켜 세워 새 시대의 주역으로 만들겠다거 결심하고 ‘아름다운 선비’라는 이름을 가진 고교생 라이언(羅以彦)에게 빙의된다.
말썽꾸러기 고교 일진의 ‘하이틴 로맨스’를 밑바닥에 깔아 반전이 풍부하면서도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재미를 제공한다. 라이언은 자신에게 빙의된 퇴계 선생과 하나의 육신을 시간대별로 번갈아 써야 하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둘은 라이언이 잠들기 전 휴대폰 동영상으로 질문을 녹화해 두면 자는 사이 퇴계가 동영상으로 답변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눈다. 독특한 구성의 표지 일러스트가 그 기발한 설정을 보여 준다. 라이언은 결국 퇴계의 설득에 넘어가 조선시대 명종 임금대로 3년간 시간여행을 떠난다. 시간여행 전까지의 이야기 전개속도가 시속 80킬로미터, 시간여행 과정이 100킬로미터라면, 시간여행에서 돌아온 후부터는 속도계가 150킬로미터를 넘나드는 고속질주다.
진짜와 가짜 사이, 현실과의 싱크로율이 높은 사회풍자적 우화
출간 전 저자는 ‘복사집 가제본’을 수십 권 만들어 미리 독자들의 반응을 점검했다. 책을 읽어본 20대 여대생부터 50대 시인과 소설가까지 다양한 세대의 독자들은 ‘한 번 잡으면 좀처럼 눈을 뗄 수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작가가 전반부에 교묘하게 깔아놓은 복선들이 생생하고 탄탄하게 맞물려 돌아가면서 스펙터클한 드라마가 펼쳐진다. 퇴계 필생의 역작이자 극중 빙의의 모멘텀이 되는〈성학십도〉를 쉽고 간명하게 풀어낸〈新성학십도〉는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서는 인문학적 울림을 전한다. 또한 라면의 추억과 맛을 재치 있게 형상화한 작중 라이언의 자작시〈라면별곡〉은 누구에게나 무릎을 칠 만한 공감을 자아낸다. 음양오행에 입각한 퇴계와 율곡의 운명 비교, 한자는 중국의 문자가 아니라 한글과 함께 ‘한민족의 문자창안 DNA’가 만든 우리 고유의 문자라는 가설 등 논쟁적 요소도 등장한다. 현실과 싱크로율이 높은 사회풍자적 우화(寓話)를 원한다면 이 책은 ‘순도 100%’의 만족을 선사할 것이다.
김난도 교수가 추천한 ‘미래세대를 위한 희망의 행진곡’
문학가보다는 ‘시의성과 비전을 추구하는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다는 작가는 23년째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신문사 현역 데스크다. 그동안 인터넷에 ‘F1 드라이버’ 이야기를 소설로 연재하며 나름의 습작기를 거쳤다. 저자 이창훈은 ‘청춘 멘토’ 김난도 교수와도 묘한 사연이 있다. 2015년 3월, 서울대 입학식 축사에서 김난도 교수는 작가가 2014년 10월 19일 자 데스크칼럼에서 처음 제시한 ‘세니오르 오블리주’(Senior Oblige; 기성세대의 책무)를 인용해, 세대 이기주의 해소를 위한 기성세대의 양보를 촉구하기도 했다. 세니오르 오블리주는 이 소설의 “전운”(戰雲) 편에서 세대갈등 묘사를 위해 사용된 ‘시니어 오블리주’가 그 원안이다. 이것이 추천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김 교수가 예외적으로 이 책의 추천사를 써준 인연이 됐다.
•지은이 소개•
이창훈
23년째 날마다 글과 씨름하고 있다. 2010년 초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평행이론’을 방불케 하는 8가지 공통점을 찾아내《잡스처럼 꿈꾸고 게이츠처럼 이뤄라》를 썼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DNA를 비교한《초월하는 애플, 추월하는 삼성》도 펴냈다. 소년시절 화가를 꿈꿨고, 커서는 IT 관련 용품 발명특허를 몇 개 냈다. 법대를 다녔으나 글쓰기를 좋아해 신문투고를 일삼다 기자가 됐다. 2001년 여야정당의 국고보조금 불법 사용을 세무자료로 입증한 특종기사로 정치자금법 시행령 개정을 이끌었고, 한국기자협회〈이달의 기자상〉을 두 번 받았다. 다문화현상에 관심을 갖고 각종 기획기사를 써왔다. 초중고 교과서에 모두 실린〈레인보우 다문화어린이합창단〉의 이름을 짓고 창단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재미와 울림이 있는 글로 세상에 감동을 전하겠다는 꿈을 접지 않고 있다. 현재〈매일경제신문〉오피니언부 부장이다.
•추천평•
동국 18현의 한 사람이며 성균관 대사성을 지낸 퇴계의 청년시절 모습이 자못 인상적이다. 작가적 상상력으로 시간을 넘나들며 조선 선비들의 학구열을 이 시대 젊은이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시도다. 퇴계의 평생의 역작인《성학십도》를 쉬운 언어로 풀이한《新성학십도》만으로도 이 책은 일독할 가치가 있다.
― 정규상 성균관대학교 총장
세대갈등의 골이 날로 깊어가는 한국 사회에 대해, 저자는 그 해법으로 우리 전통사상을 현대적으로 부활시켜 하나의 재미난 우화(寓話)를 제시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책무와 미래세대의 주인의식에 적절한 균형을 맞춘 이 책은 미래세대를 위한 영혼의 기상곡이자 희망의 행진곡이다. 기성세대와 미래세대 모두에게 권한다.
― 김난도 서울대 교수
〈라면별곡〉이라는 시가 나온다길래 끓여본 라면. 그런데 이 소설《라이언》은 면발을 만 젓가락을 멈추게 한다. 16세기 퇴계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독자들을 21세기 퇴계로 거듭나게 할 비법과 신공을 담았다. 주인공 라이언과 그의 몸속에 있던 퇴계의 유체이탈 대화, IT와 훈구 조선, 웜홀의 우주과학과 신묘한 무속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탐구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 김은혜 방송인ㆍMBN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