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들이 친구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이유는 세대차이일 수도 있고, 사고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자식들은 부모의 충고에 귀기울이지 않습니다. 엄마가 또는 아빠가 몰라서 그래.라고 말할 뿐입니다.
부모들은 답답합니다. 무조건 몰라서 그렇다고 부모들을 일자무식 취급을 하는 자식들에게 서운하지만 달리 설득할 말이 없습니다.
어느 책에선가 그런 것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부모들은 삶 말하자면 생활 자체를 보고, 자식들은 생활을 도외시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랍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가장 기본적인 삶에 충실한 부모님의 충고를 무시했습니다. 아니 충고가 아니라 부모님 자체를 무시했습니다. 자식이기 때문에 체면을 뒤로 하고, 가장 솔직하게 충고해준 부모님을 무시했던 것입니다.
이 책은 제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이 책이 엄마와 딸의 합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글을, 딸은 그림을 그림으로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지 않고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지치고 힘든 순간보다함께 기뻐한 순간이 많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이 책이 전하는 메세지 때문입니다. 외형상으로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은 다시 보면 만남, 만나면서 갖는 감정과 판단, 결혼, 생활 자체에서발견되는 아름다움 그리고 생활에서 얻어진 철학과 삶이 주는 선물 들의 발전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글과 그림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엄마가 글을 써서 보여주면 딸이 그림으로 화답을 하는 것 같습니다. 딸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겪지 않았지만 엄마의 말에 조용히 귀기울입니다. 그림하나하나에 그런 모습이 들어있습니다. 또한 엄마는 딸에게 직접적으로 충고하거나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글을 써서 보여줄 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글과 그림의 조합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훈훈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아팠던 이유는 저도 엄마이면서 딸이었기 때문입니다. 딸이지만 엄마의 말에 조용히 귀기울이지 못했고, 엄마이면서 딸에게 그림을 보여주기 보다 강요를 더 자주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이상 딸노릇은 하지 못합니다. 엄마가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엄마 노릇은 할 수 있습니다. 마침 딸도 스물이 넘어 막 성인이 되었습니다. 충고하기 보다는 이 책을 건네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