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아내가 결혼했다

[도서]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과 만난다. 위로를 받고 하고, 피해를 입히기도 입기도, 도움을 주기도 받기도,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면서 사는 것이 인생살이다. 오랜만에 전화걸어온 친구에게 나는 다짜고짜로 이 책을 권했다. ''재미있어.'' 이 말은 권하게 된 첫번째 이유였고, ''이것 읽으면 누구누구 있지? 그 애가 왜 그렇게 살았나 알게될거야." 이 말은 이 책을 권하 두번째 이유였다. 누구누구라는 애는 결혼을 하고나서부터 줄곧 우리에게 이혼하고싶다고 이야기하던 친구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친구는 누가 보기에도 남편에게 아이에게 현모양처노릇을 하면서 훌륭하게 살고 있다. 친구는 우리에게 이혼하지 못하는 이유를 몇 가지 댔었다. 부모로부터 죽어서도 시집에서,라는 유교적 교육을 받은 점, 아이가 덜컥 들어서서, 아이가 크면서 아빠를 너무 찾아서 등등. 우리는 그때 고개를 끄덕였다. 이혼을 꿈꾸지않는 여자들이 몇 이나 있을까. 친구가 말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에게 합당한 이유였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일찍 아침밥해서 남편을 출근시키고, 술먹고 들어온 남편에게 술국을 끓여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시집 식구들의 잔소리에 순종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남편의 조기 퇴직에 어깨를 두드리며 늦게나마 장사를 준비하면서 내조!라고 외치고, 남편의 바람기에 침묵하며 돌아오면 내가 이겼노라. 승리의 V자를 그리는 세대였고 거기에다 그 모든 것이 부모님으로 받은 유교적인 교육 때문이었노라고 효심까지 덧붙여 미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 것을. 하루종일 이 책을 끼고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그 날, 누가 옆에 있었으면 부러워했을 것이 자명하다. 통쾌한 것은 아니었다. 관계라는 사실에 키를 맞추고 읽었기 때문에 여자가 또는 남자가 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두 사람 이상이 있으면 승패가 있다. 동물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힘센 자가 패권을 쥐는 것이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이 소설은 아주 동물적으로 본능적으로 원시적으로 시작되고 끝이 났다. 더 좋아서 목을 매는 자가, 버티지 못하는 자가 지는 것이다. 진 다음에는? 그 결과는 다 알고 있다. 어떻게든 부비며 아양떨며 사는 것이다. 남자 주인공이 가끔 앙탈을 부리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질서에 대한 예의다. 전화한 친구가 이 책을 읽고 누구누구하는 친구에게 어떻게 전할지는 모르겠다. 나처럼 이야기할 지 아니면 다르게 느껴서 그것대로 이야기할 지. 하지만 관계에 대한 신랄한 현장중계같은 이 소설을 읽고 나는 무지하게 웃었다. 씁쓸하지도 않았고, 사회가 변한다는 느낌도 갖지않고,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굳이 내 느낌이 아니라 독후감 같이 쓰라면, 또 한마디.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읽었다면 여러분들은 이것을 후속편으로 보아야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남자작가가 썼다는 점에 주목해보세요. 원래 희생되는 사람들이 현실을 더 잘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모계사회로의 회귀를 예고하는 한 편의 문제작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형식적인 독후감. 사실을 이야기하라면 이 책은 축구 이야기와 더불어 작가는 공들여, 독자는 재미있게,라는 구호를 잘 지킨 잘 쓴 소설이다, 라는 것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