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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생뎐

[도서] 신기생뎐

이현수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좋은 작품을 읽으면 습관처럼 보는 것이 있다. 언제 출간되었는지,몇 쇄나 인쇄되었는지 좀 더 나아가서 나는 독자들의 리뷰가 몇 개 올라왔는지, 그것들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그것들이 궁금했다. 작가가 너무나도 공들여 쓴 흔적이 역력해서 더욱 더 궁금했다. 소설을 평할 때, 다가온 수능식으로 하면 세 가지다. 사건과 인물 그리고 서술형태이다. 사건은 부용각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이다. 사람 사는 일들. 뭐라 딱 말할 수 없는 세상살이가 이 소설의 사건이다. 세상살이라는 것이 희노애락 말고 별 게 있는가. 세상사 뉴스거리에서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나오는 것을. 인물을 보면 좀 다양하다. 모두가 중심인물인 듯 둘러앉아 풀먹인 이불보를 매만질 때처럼 세상살이의 한 자락을 팽팽하게 잡고 앉아있다. 그 팽팽한 긴장의 중심에는 타박네가 있다. 그녀는 부용각의 중심을 잡고 있다. 오마담도 휘청거리는 듯 하지만 그녀 나름대로의 세상살이에 이력이 나있다. 황진이보다 더 기생의 도를 보여주는 그녀다. 내어주고 또 내어주고. 황진이는 나중에 기생노릇하기를 그만두었지만 그녀는 타고난 대로 살아가는 기생이다. 미스 민. 그녀는 오마담의 뒤를 잇는 인물로 나오지만 나름대로의 세상살이가 아니라 세상을 사는 살이에 좀 더 무게를 준다. 오마담의 기둥서방은 정말 세상살이에 이력이 나있다. 나름대로인 것 보이지만 요즘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그는 복합적으로 받아들여 제 것으로 만든다. 집사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세상과는 동떨어져 있다. 이렇듯 모든 인물들은 세상 안에서 세상살이에 또는 그 중간에 또는 그 밖에 위치하면서 균형을 이룬다. 서술. 이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서술부분이다. 모두가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이니 전지적 작가 시점이니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나름대로의 서술이 독특함이 그 모든 것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독후감이라는 것이 흔히 주관적이듯 제일 마음에 끌리는 것을 꼽자면 오마담의 기둥서방의 독백이다. 작가는 여기에서 독특하게 우리 고유의 서술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의 특징이 문장의 가락에서 한 번 더 확실하게 살아난다. 작품을 읽고나서 리뷰를 쓰려고 하다가 단 하나의 리뷰도 없는 것에 놀랐다. 오랜만에 작가가 공력을 다 해 쓴 글을 읽었는데 독자의 감상이 없다니. 기생이라는 독특하지만 고전적인 소재 때문에 그런한지 아니면 기생소설의 독보적인 존재인 황진이로 그런 류의 소설이 마감되었는지 궁금했다. 기생이라는, 기생집이라는 인물과 공간을 뺀다면 우리네 세상살이의 축소판이라 봐도 옳을 소설인 것을. 작가가 들인 공력이 문장과 구성과 인물에 모두 살아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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