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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책을 부른다.
mseonki
2005.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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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주는 기쁨은 여러가지지만 그 중 제일 가는 것은 책에 나오는 글이 오래도록 몸 속에 남는 듯한 기분을 가질 때라고 말할 수 있다. 머리가 아니라 몸 속에 말이다.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기고, 행복해서 가슴에 손 한 번 대고, 읽다가 무지한 자신의 부끄러움에 손을 맞대어 비벼대고.
다 읽고나서도 어쩐지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아서 책장이 아니라 책상 한 쪽에 모셔두었다. 둔 것이 아니라 모셔둔 것은 저자에 대한 존경 뿐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라는 내 자신의 목소리를 못들은 척 할 수가 없었던 탓이다.
책에서 저자는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고 있다. 단순하게 지식을 드러냄이 아니라 시공을 초월해 사람의 느낌이 그토록 비슷한 것에 무릎을 치는 감탄과 함께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고 있다. 금강경을 김지하의 <칼아>를 통해 보여주고, 노자를 우리가 알고 있는 시인들의 글귀에서 쉽게 아주 친근하게 찾아 보여준다. 그뿐이랴. 동서양, 옛날과 지금 그리고 미술과 문학. 그는 시공과 분야를 넘나들며 이 세상에 존재했던, 존재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와 느낌이 같음을 그래서 쉴새없이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야 함을 또한 다른 사람들도 느끼면 좋지 않을까,하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보여주고, 동의하는 사람들을 이끌어주는 도우미 역할을 자청한다.
아는 데서 오는 기쁨을 그것도 은근하게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쁨을 곁불쬐는 식으로라도 맛보는 기회는 흔치않다. 더우기 그 기쁨을 조금이라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몰래 손을 뻗어 훔치며 느끼는 희열이라니. 저자의 글에 홀려, 지식에 놀라, 심미안이 부러워 '옛공부의 즐거움'에 나오는 또 한 권의 책인 각묵스님의 '금강경역해'를 저자의 창고에서 훔치듯이 덜컥 구입해버렸다.
지금부터는 '옛공부의 즐거움'을 참고서 삼아, 저자인 이상국 선생을 과외선생 삼아 '금강경역해'를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