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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거짓말인, 마음도 거짓말인 사람들
mseonki
200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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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재미는 단연코 시간차에 따른 각각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사건이 일어났던 때 당사자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심리적으로 느끼고 결정하고 운명에 따른다. 당사자와 이야기하고, 화해하고, 설득하는, 다반사적인 일상생활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거의 침묵으로 일관되어있다. 책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그들도 결혼서약이라는 것을 했을 터이다. 결혼을 앞두고 가슴 떨리는 기대와 두려움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그런 일상적인 감정이나 사건들은 전혀 나와있지 않다. 다른 그림으로 되어있되 서로 연결부분이 이어져있는 구성, 촘촘하게 실로 엮은 듯한 심리묘사가 주를 이룬다.
<말과 침묵 속의 독백>
산도스 마라이는 다른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소리로 나오는 말보다 그 안에 숨어있는 소리가 되어나오지 않는 말들에 무게를 둔다.
사람의 생활이란 바로 이러한 것이리라.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모습으로 살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그들의 실제적인 생활은 사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대부분은 실제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밑바닥에 가라앉힌다. 그것들은 쉴새없이 소용돌이친다. 하지만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분출되어나오는 일은 화산 폭발 만큼 드물다. 우리가 상대방에 대해서 안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감히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타자 앞에서의 자유로움>
전개방식도 독특하다. 세 사람은 각각 다른 시간 때에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듣는 사람들은 사실 그들과 아주 친밀한 사이가 아니다. 겉으로는 친구, 연인들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세 사람의 이야기 중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거나 그들을 걱정하는 듯한 행간의 의미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공간 속에서 그들은 무관심하거나 놀리거나 자리를 떠나기 위해 눈치를 본다거나 하는 느낌을 독자에게 던져준다. 자리를 이어가려고 애쓰는 이들은 모두 화자이다. 그들은 어떻게든 이야기하는 것을 잇기 위해 안타까울 정도로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그래서 작품의 격은 한층 솔직하고, 과감하다. 서로 얽혀있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다. 사람은 완전한 타자에게 더욱 솔직할 수 있다.
<변화하지 않는 무엇 때문에 특별한 사람>
사람은 각기 참으로 미묘하고 특별한 존재다. 같은 것 같지만 전혀 다르다. 사람은 그래서 변화할 것 같지만 결코 변화하지 않는 존재다. 세 사람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생활의 급격한 변화에서도 전혀 원형이 변하지 않는다. 처음 순간부터 그들은 이렇게 생겼으며 끝까지 이렇게 생겼다,는 것을 작가는 여러 상황 속에서도 정확하게 보여준다. 뼈 속 깊이 이성적인 사람은 이성적으로, 열정적인 사람은 열정으로, 사랑으로 가득차서 다른 무엇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 사람은 그런 사랑으로 살아남고, 죽고, 떠난다. 외부적인 상황이 아무리 처절할 지라도 원형은 바꿀 수 없다는 것, 그것을 작가는 치열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