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생태를 통해 인간들이 영감을 얻는다는 것은 얼핏들어 알고 있었는데 『자연은 언제나 인간을 앞선다』를 통해 생체모방의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 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운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책의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북극곰의 진화 사례부터 시선을 잡아 끌었다. 어떤 생명이 혹독한 환경에서 융성할 수 있게되는 전제조건은 다윈의 자연선택에 있다.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물은 자연선택을 통해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후손에게 물려주며 진화하게 된다. 하얀털로 덮인 북극곰의 조상은 처음엔 갈색털을 가졌다고 한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하얀 털의 북극곰이 태어났고 이는 하얀 눈으로 뒤덮인 빙하기때 생존에 유리하게 적용되어 현재 세대까지 전해저 내려오게 된 것이다. 이처럼 자연은 생존을 위한 최적의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내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준다. 저자는 이런 자연의 법칙을 오늘날의 인류가 직면한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적용시킨 놀라운 사례들을 풀어놓는다. 이것이 바로 '생체모방'이다.
생체모방의 사례로 등장하는 수많은 동물 중 가장 눈길을 끈것은 '딱따구리와 충격 흡수 장비'에 관한 이야기였다. 작년 입양한 반려견과 매일 같이 산으로 산책을 하며 운좋게 딱따구리를 만나게 되었는데 나무를 한창 부리로 쪼고 있는 딱따구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머리가 흔들리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딱따구리는 저렇게 나무를 쪼는데도 머리가 멀쩡한걸까 하는 의구심만 남긴채 그렇게 지나쳤던 일이 이 책을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어 반가웠다.
p.51 만약 인간이 딱따구리와 비슷한 행동을 한다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딱따구리의 몸에 일어나는 현상을 자세히 이해하고 싶다면 속력을 올리거나 늦출 때 느끼는 힘, 즉 관성력을 이해해야 한다.
딱따구리가 머리로 나무를 두드릴 때 경험하는 충격의 힘이 1200G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간이 6G의 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기절하기 쉽다니 1200G의 힘이 얼마나 큰 수치인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딱따구리는 중력의 1000배가 넘는 힘을 견디기 위해 두개골이 충격을 흡수하고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두개골이 스펀지처럼 압축되거나 팽창할 수 있어 뇌를 주위의 충격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다. 딱따구리의 뇌 역시 격렬하게 흔들리지 않게 고정되어 있어 부리로 아무리 나무를 쪼아도 뇌진탕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부리의 형태도 충격을 뇌로 전달하지 않고 분산시키는데 탁월하도록 생겼고 혀를 지탱하고 두개골을 지키는 설골의 형태 등, 딱따구리의 충격 흡수 능력을 모방하여 전자 기기가 강력한 충격에도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보호장비를 개발할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 가장 호기심을 자극했던 6장, 모기와 무통바늘도 무척 재밌게 읽었다. 모기의 입은 당연히 하나로 이루어져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이는 크나큰 착각이었다. 물론 책에 곁들어진 세밀한 삽화덕에 빠르게 이해했음은 물론이다. 모기가 피를 빨기위해 바늘을 찔러 넣을때 아무런 느낌도 못받는 것은 피부를 찌르기 전에 먼저 아랫입술로 피부를 부드럽게 누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침을 통해 피부를 마비시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통증없는 주사 바늘을 개발했다. 더 많은 연구로 주사 맞는 날이 공포의 날이 되지 않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결국 해답은 자연에 있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늘 자연은 우리에게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 이를 찾아내어 삶에 적용시키는 것은 우리들 몫이다. 생체모방의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