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방사성동위원소 공부를 하면서 현대물리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화공과 출신이지만 방사선 물리학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은것은 두 학문의 기본은 원자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책이 반가웠던 것은 방사선 물리학을 공부할때 처음으로 방사선 발견의 역사에 대해서 배우게 되는데 그때 등장했던 많은 과학자, 이론물리학자들의 생애에 대해 알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사실이었다. 뢴트겐의 x선 발견으로 시작된 방사선의 역사는 베크렐의 우라늄 방사능 발견, 퀴리 부부의 라듐, 폴로늄 방사능 발견을 거쳐 러더포드의 알파, 베타, 감마선 발견까지 이어진다. 방사선 발견의 역사를 공부할때는 어떤 과학자가 어떤 방사능 원소를 발견했는지에 그쳤는데 『불확실성의 시대』를 통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았던 한 인간으로서의 그들의 생애를 알 수 있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공식으로만 만났던 플랑크와 아인슈타인, 슈뢰딩거의 고양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 등 그들의 연구 과제와 결과, 열띤 토론과 논쟁 장면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것 같았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과학자들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크렐과 퀴리의 이름은 지금도 방사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사용되고 있다.
어떤 이는 나치를 찬양하는 글을 기고하기도 한다. 정말 과학자로서의 삶밖에 살지 않아서 나치의 부당함을 몰랐던 것일까? 하지만 나치는 그 당시 독일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있었다. 1700만명이 나치에 손을 들어주었다는 사실에 절대다수의 대중이 우매했던 역사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씁쓸함이 밀려왔다. 저자는 어두웠던 그 시절 과학자들의 삶을 숨기지 않고 적나라하게 공개한다.
방사능의 정확한 유해성이 알려지지 않았던 그 시절 방사능을 연구했던 과학자들의 대담함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납의 유해성을 몰랐던 고대인들이 납을 활용하며 납중독에 시달렸던 사례처럼 방사능 역시 그런 비참한 역사를 갖고있다. 실제 마리 퀴리는 방사능의 생리학적 효과를 직접 자신의 신체를 통해 연구하기도 했다. 그녀와 함께 훌륭한 물리학자였던 남편 피에르 퀴리의 비참한 죽음은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었다.
특히 책의 첫장을 장식하는 플랑크는 양자역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수, 플랑크 상수의 창시자이기에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그의 삶을 알게 된 것은 큰 영광이었다. 플랑크상수는 E=mc2라는 공식과 함께 방사선 물리학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찬란했던 현대 물리학의 발전과 함께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았던 과학자 개개인들의 생애와 발자취를 따라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동기와 결과가 일치하지 않았던 이 시절을 ‘불확실성의 시대’라 명명했던 저자의 견해에 감탄하며 책을 덮는다. 공식으로만 만났던 현대물리학과 과학자들의 삶을 알게 된 값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