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8 "그놈들을 믿지 말았어야 했어. 내가 그토록 말했는데. 할멈, 그렇지? 그놈들을 믿으면 그렇게 될 거라고. 내가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는데. 그놈들을 믿지 말았어야 했어."
몇 분마다 같은 말을 되뇌이는 할어버지의 자조 섞인 후회의 말, 무엇이 그를 이런 비통한 감정에 휩싸이게 만들었을까.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책의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1984를 보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먼저 떠올렸다. 시대순으로 보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조지오웰의 『1984』를 의식한 것이 틀림없다. 두 책 모두 강력한 힘을 가진 어떤 특별한 존재가 등장한다.
p.49 하지만 그런 사실이 어디에 존재하는가? 곧 지워져 버릴 그의 의식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모든 기록이 당의 말과 똑같고, 모두가 당의 거짓말을 믿는다면 그 거짓말이 역사가 되고 진실이 되는 것이다.
수십년 전에 작가가 쓴 말인데 지금 읽는데도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짜뉴스 속에서 개개인이 진실을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지금의 현실. 그가 쓴 사회 비판적인 이 소설은 지금 읽어도 낯설지가 않다. 현대소설이라고 해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됐다. 아니면 지금의 현실이 소설 속 현실과 다르지 않게 느껴서 이기 때문일까?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는 표어는 국가가 한 개인의 삶에 얼마만큼이나 간섭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암울한 시기에 우리는 글을 올릴때도 자기검열을 했다. 민주주의를 시민의 힘으로 쟁취했다고 하지만 역사는 계속해서 반복된다. 또다시 권력으로부터 억압받고 지배당한다. 하지만 느리더라도 결국은 올바른 길로 갈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개인적으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작가의 생애가 무척 안타깝기 그지 없다. 젊은 나이에 동물농장과, 1984 등 주옥같은 고전을 남긴 그의 삶이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