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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철학자

[도서] 숲속의 철학자

카린 마르콩브 저/박효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반려견을 입양한 이후 하루 네다섯 번의 산책을 하며 숲의 아름다움에 빠져버렸다. 창피하지만 산수유를 작년에 처음 알게 되었다. 노랗고 앙증맞은 꽃들로 가득한 산수유. 아카시아 나뭇가지에 가시가 달려있다는 사실도 작년에 처음 안 사실이다. 사람이 꾸민 화원이든 산이 직접 꾸민 숲이든 그곳에 있으면 환희가 몸속에 가득 차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숲과 나무가 좋아졌다. 어렸을 때도 산을 많이 찾긴 했지만 그때 느꼈던 느낌은 지금과 사뭇 다르다. 그때는 숲과 나무도 빨리빨리의 대상일 뿐이었다. 반려견 덕에 느리게 숲과 나무를 바라볼 수 있었다. 반려견이 냄새 맡으면 나 역시 멈춰 서서 바람이 전해오는 숲의 향을 느낀다. 찬찬히 살펴보고 직접 만져보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취한다. 비가 온 다음 날이면 작은 연못에 흐르는 물줄기가 거세어진다. 그 물소리도 좋다.

 

이제는 개복숭아 나무, 라일락, 살구나무와 앵두나무, 벚꽃과 목련 등 나무를 구별하는 눈도 갖게 되었다. 숲,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눈길을 떼지 못할 것이다. 너른 들판에 홀로 서 있는 나무 한그루. 몸집이 거대한 것으로 보아 수령 몇백 년에서 몇천 년은 돼 보이는 나무. 그 나무가 만드는 그늘에서 쉬고 싶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쉼'을 주는 책. 잠깐 쉬면서 깊이 숨을 들이마실 수 있게 하는 책. 세상의 풍파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책. 이 책은 숲에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초록이, 나무가, 바람에 부대끼는 나뭇잎들의 소리. 이제는 거의 졌지만 아카시아 향이 가득한 곳에서 이 책을 읽었다. 초록은 햇빛을 받아 싱그럽게 빛나고 파란 하늘과 구름이 찬란한 풍광을 선사해 주는 그런 멋진 곳에서 읽었다. 하나 하나 책의 지시대로 눈을 감고 호흡을 한다. 증오와 불안한 감정을 내쉬는 숨에 날려버린다. 그렇게 책과 숲과 나무와 하나가 된다. 

 

평생을 베풀며 살아가는 우직한 나무, 하나 하나 찬찬히 쓰다듬어 주고 싶다. 나무가 조건 없이 우리에게 내주는 사랑처럼 나도 그런 사랑을 베풀며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무가 주는 위로가 참 깊고 크다. 인간보다 지구상에 먼저 도착한 존재여서 그런 것일까? 나무는 언제나 인간보다 앞선다.

 

p.148 침묵은 우리를 품격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우리가 하는 일에 권위를 더해준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경솔한 말들에 휩쓸린 적 있는가? 함부로 내뱉는 험한 말들에 상처를 받았던 적은? 지금이야말로 침묵을 실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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