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의 시대가 도래했다. 평생직업은 이제 설자리를 잃고 있다. 적성을 계발해서 n잡러로 버텨야한다.
이런 기조속에 불쉿 잡이라는 도서의 부제 '왜 무의미한 일자리가 계속 유지되는가?'는 불안한 심리에 안정을 주는 문구처럼 보였다. 궁금했다.
일자리에 관한 인식에는 전문직과 일반 사무직 그리고 육체 노동을 주로 하는 서비스직으로 크게 덩어리져보인다. 불쉿 잡의 정의는 이렇다. 너무나 철저하게 무의미하고 불필요하고 해로워서, 그 직업의 종사자조차도 그것이 존재해야 할 정당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 직업 형태라 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필수적인 육체 노동자도 아니고 최저임금을 받는 서비스직도 아닌 어떤 뭉뚱그려진 업무를 맡았다고 보인다.
- 사람들은 왜 이런 구체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의미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쓸모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아야하고, 심지어 더 많은 명예와 인정을 받는 것이 완전히 합당하다고 믿을까? 그러면서 동시에 아무 일을 하지 않거나 어떤 식으로든 타인을 이롭게 하지 않으면서도 봉급만 받는 처지에 놓일 때는 왜 우울하고 비참하다고 느낄까? 여기에는 분명히 모순적인 발상과 충동들이 온통 뒤엉켜 있다.
- 내가 알기로는 무의미한 중간 관리자 자리를 도랑 치기 직업과 바꿀 사람은 거의 없다.. 도랑 치기가 꼭 필요한 작업인 줄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도 나는 관리자 직업을 버리고 청소부가 된 사람을 몇 알고 있는데, 그들은 이직한 걸 아주 기뻐한다.) 그렇기는 해도 두 가지는 각자 나름대로 억압적이다.25)
- 사회철학자들이 부의 피라미드 정점에서는 극도의 사치와 완전한 쓰레기가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트럼프 타워의 금박 입힌 엘리베이터를 생각해 보라. (꿈에서 똥이 흔히 금을 상징하는, 혹은 금이 똥을 상징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거대한 조직으로 보이기 위해 허수로 채워진 직급들, 형식적 서류 작성 직원의 실제 역할, 임시 땜질에 있어 착취해온 여성 노동 등...
- mz세대가 포함되는 ... "우리 세대의 특권 의식과 빌어먹을 일상 노동을 꺼리는 성향을 훈계하는 설교조의 글을 피할 수가 없다, 젠장!"
요즘 젊은이들이 배가 불러서 금방 "퇴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혀를 차는 것이 눈에 훤하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그럼에도 불쉿 잡이 꽤 그럴듯한 위치라는 것이다. 영혼을 갉아먹지만 생계유지가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창조성을 뽐내고 싶은 직업을 원한다면 만들어진 길을 피해야 하는 것이 그나마 괜찮은 해법일까. 미묘한 노동문제의 모순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물론 거대한 사회적 구조 앞에 개인은 나약하게 따라갈지 외롭고 아름다운 로빈슨 섬으로 살아갈지 선택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