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클래식 FM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듣는다. 음악을 듣다 보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작년에 이 책을 KBS 클래식 FM의 한 프로그램에서 선물 받고 무척 신났더랬다.
<1일 1클래식 1기쁨>은 BBC 클래식 라디오 방송 진행자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작가가 하루에 하나씩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책이다. 작년 2월이 29일까지 있었기 때문에 모두 366곡의 클래식 음악이 실려있다. 중세 시대 경건한 종교 음악부터 현대 음악까지 추천 범위가 매우 넓다. 유명한 곡도 있지만, 생소한 음악들도 많아서 다채롭고 새롭다. 대체로 5~10분 내외로 짧은 곡들이라서 부담이 없다. 나는 주로 출퇴근 시간에 듣고 있다. 음악 덕분에 그 시간이 즐겁게 행복하다.
매달 앞쪽에는 QR코드로 책에 실린 음악의 유튜브 링크를 제공한다. 음악을 따로 찾아서 듣지 않아도 되서 편하다. 듣다가 마음에 드는 곡을 발견하면, 다른 연주자들의 영상을 찾아 들어보기도 한다.
한 곡마다 반 쪽에서 한 쪽 정도 분량의 소개글이 있다. 작곡가를 소개하고, 해당 곡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개한 음악만큼이나 글도 흥미롭다. 특히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와 마음가짐을 쓴 '들어가는 글'은 몇 번을 읽어도 술술 읽히고 공감한다.
음악은 문화와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해하려고 번역할 필요도 없다. 음악은 이제까지 우리가 가졌던 언어 중에서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힘이 가장 뛰어난 언어다.
<1일 1클래식 1기쁨> 10쪽
운동하러 갈 때 가지고 가라. 학교 가기 전 아이들 아침을 챙기는 동안 틀어놓아라. 저녁을 준비하면서, 술을 마시면서, 발을 올려놓고 쉬면서, 목욕을 하면서, 다림질을 하면서, 쌓인 이메일을 읽으면서 이 곡들을 사운드트랙으로 활용하라.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 여러분이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나는 삶의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음악으로 아름답게 채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
<1일 1클래식 1기쁨> 15쪽
작년부터 들고 다녔지만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그래도 부끄럽거나 아쉽지는 않다. 올해 또 들으면 되니까! 들을 수 있을 때 듣고 읽고 싶을 때 읽고, 그렇게 편하게 보고 있다.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듣다보니 내 취향도 알게 된다.
- 종교 음악(성악)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 혼자, 또는 소수 인원의 실내악을 좋아한다.
- 지금까지 내가 19세기 말~20세기 초 프랑스 음악(드뷔시, 사티 등)을 안 좋아한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시기 프랑스 음악들이 자꾸 내 귀를 잡아끄는 걸 느낀다.
재밌는 것은 작년에는 별로였던 곡이 올해 들으니 무척 좋을 때가 있다(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음악이란 그 음악을 들을 때의 상황과 내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게 들리나 보다.
12월 말에 추천글 써야지 해놓고, 1월 말에야 글을 올리게 되서 아쉽다. 그래도 아직 올해는 11개월이나 남았으니까! 꽤 인기가 좋았는지 <1일 1클래식 1기쁨>은 작년 말에 새로 양장본 판으로도 출간되었다.
나는 위처럼 분권(분책)하였다. 평소 책을 금쪽같이 아끼며 새책처럼 유지하려 하지만, 매일 들고 다니려니 무겁고 두꺼워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나의 결단! 1월은 진작에 다 읽고 마음에 드는 곡들 골라 듣고, 다른 연주자들 것도 찾아 듣고 있는데, 곧 2월을 시작해야지. 어떤 곡들이 나를 기다릴지, 어떤 글을 만날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