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면>은 엘리베이터를 소재로 하여 동생에게 자꾸 양보하게 되는 첫째의 마음을 달래주는 그림책이다. 유아정책가이자 작가, 민 레가 글을 쓰고 칼데콧상 수상 작가, 댄 샌탯이 그림을 그렸다.
맏이 아이리스는 여느 아이들처럼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는 것을 좋아한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은 늘 아이리스의 차지였다. 그런데 어느날, 아직 작고 어려서 아빠 품에 안겨있던 동생이 손을 뻗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아이리스보다 먼저 눌렀다. 다음날도 동생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먼저 눌러버리자 아이리스는 잔뜩 심통이 난다. 상심한 아이리스는 수리공 아저씨가 버리고 간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부품을 주워와 방문 옆에 붙여놓는다. 그리고 아이리스가 방문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문을 열자,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첫째는 태어나서부터 부모의 모든 사랑과 관심을 온전히 혼자 받으며 자라는데, 둘째가 생기면 아무래도 더 보살핌이 필요한 둘째에게 부모의 손길이 자주 가다보니 첫째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있을 것이다. <문이 열리면>은 이런 첫째의 마음을 위로하고, 첫째가 동생을 마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려낸다. '문이 열리면'이라는 제목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옆에 붙인 방문이 열리면서 자유로운 공상을 마음껏 꿈꾸는 상상의 문을 연다는 의미인 동시에 아이리스가 동생을 향한 마음의 문을 연다는 의미가 아닐까.
엘리베이터라는 소재가 매력있고 독특한 발상이 흥미롭다. 작가들이 펼치는 상상의 세계가 충분히 표현될 만큼 그림도 생동감이 넘치고 화려해서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그러나 글이 적고 검은색 테두리로 두껍게 여러 컷으로 나눈 만화 형식인데다가 역동적인 장면이 많아서 그런지 눈이 조금 어지럽고, 6살 우리집 아이가 직관적으로 이야기를 이해하기에는 어려웠다. 짧은 만화영화,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면 이 화려한 환상의 세계를 더 쉽고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