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가루>라는 책 제목이 곱다. 엄마는 제목 때문에, 아이는 까만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달과 달에 사는 토끼를 좋아하기 때문에 선택한 그림책이다.
달 토끼는 매일매일 달을 파고 또 파서 달 조각을 만들어 모은다. 달 토끼가 달을 팔 때마다 달의 모양은 보름달 모양에서 반달, 초승달(정확히는 하현달) 모양으로 바뀌어 간다. 그리고 달 조각을 충분히 모으면 달 토끼는 달 조각 가운데 일부를 떡방아로 쿵덕쿵덕 빻아서 고운 달가루를 만든다. 달 토끼는 왜 달가루를 만드는 것일까? 하현달이 된 달은 어떻게 다시 보름달 모양으로 돌아가는 걸까? 그림책 <달가루>는 이런 질문을 던져주며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림책 <달가루>는 빠른 진행과 웃음이 필요할 때는 의성어, 의태어와 대화문, 작은 컷 그림으로 구성한 만화 같은 형식이지만 적절한 순간에는 큰 그림과 마음에 남는 줄글을 한두 문장씩 넣어 이야기와 그림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여유를 준다.
알람 시계나 자동차, 로봇이 등장하는 달이라는 현대적인 배경이 신선하고, 매달 달의 모양이 바뀌어가는 이유를 새롭게 상상한 점도 재미있다. 게다가 달 토끼가 그렇게 열심히 달가루를 만들어 모아서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게 된다면 흐뭇한 미소도 퍼질 것이다. 겨울 끝무렵에 출간되어 3월 봄이 오는 계절에 받은 책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이어서 더 좋았다. 나는 밤하늘에 별을 뿌려주나 했다.
"2019년 4월 11일 이스라엘의 무인 달 탐사선 베레시트가 달 표면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달에 추락했어요.
그 우주선에 '곰벌레'를 실어갔대요.
곰벌레는 생존 능력이 아주 뛰어난 아이랍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참, 상상력 가득한 <달가루>에는 또 하나의 장치가 등장한다. 우리집 아이는 '이것'을 무서워하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갈등에서 협력과 화합으로 결실을 맺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달가루>는 겨울 그림책이다. 달을 좋아하는 아이, 겨울을 좋아하는 아이와 읽으면 좋겠다. 겨울이 다가오는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읽어보면 즐거운 기대감과 풍부한 상상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