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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미술

[도서] 자연미술

이성원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아이를 키우면서 나 스스로 많이 바뀌었다고 느낀 것이 '주변을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바쁘게 움직이며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인데, 아이 손을 잡고 천천히 걷게 되면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무엇이든 말해주고 싶어서였다. '이건 목련이야.' '이건 단풍나무야.' 그런데 이름을 불러줄 때마다 참 예뻤다. 초록이 생생한 나무, 노란 꽃잎이 대견스러운 민들레, 몽실몽실한 구름까지, 무엇 하나 서로 똑같지 않고 하나하나 있는 그대로 예뻤다. 눈을 마주치고 들여다보니 안 예쁜 게 없구나.

 

이성원의 <자연미술>을 읽게 된 것도 표지와 '자연미술'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자연'으로 '미술'을 한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초록색 나뭇잎 사이로 빼꼼히 드러나게 부엉이 하늘, 하트 하늘, 멍멍이 하늘을 그려놓은 표지가 재치 있고 어떤 책인지 한 눈에 보여준다.

 

저자는 중고등학교에서 '자연미술'을 가르치는 이성원 선생님이시다. 아이들에게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며 새로운장면을 발견하고 연상하고 연결하고 그리고 만들며 표현하도록 이끌어 주고, 아이들의 자연미술 작품을 사진으로 남겨 그 찰나의 자연을 예술로 남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자연미술> 안에는 선생님의 자연미술 작품도 있고 학생들의 자연미술 작품도 소개되어 있는데 제목과 작품이 어쩌면 그리 잘 들어맞는지 공감하고 웃고 즐기며 감상했다. 어떤 학생은 벌레가 갉아먹은 나뭇잎과 풀로 그럴 듯하게 '나뭇잎 바이올린'을 만들기도 하고, 친구들과 같은 학교에 진학하지 못할까봐 애가 타는 한 아이는 건물 벽에 있는 구멍에 자신의 그림자를 겹쳐 '뻥 뚫린 내 가슴'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 작품을 설명하거나 자연미술을 소개하는 저자의 부드러운 글도 따뜻하고 마음에 와닿는다.

 

수정 구슬처럼

반짝 빛나는 순간의 햇빛도

갈대와 바람이 만든

동그런 선들도

 

가져올 수 없다.

가져갈 수 없다.

49쪽

 

위처럼 그 순간만 만끽할 수 있는 자연미술의 특성을 시처럼 알려주기도 하고, 아래처럼 삶을 사는 자세를 다잡게 하는 글을 툭 던져주기도 한다.

 

나무가 웃을 수 있다면 돌도 웃을 수 있다. 주변 사물들이 웃는 모습을 보려면 내 마음이 먼저 웃고 있어야 한다. 마음에 불편한 일이 좀 있더라도 떨치고 웃는 마음으로 나가서 천천히 걸어 보자.

그러면 만나는 것들마다 다 웃고 있을 것이다.

 

세상 만물이 다 우리의 거울이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73쪽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나도 내가 먼저 웃어봐야겠다. 그러면 세상이라는 거울이 나를 보고 웃어주겠지.

 

자연의 커다란 운행을 피부로 느낄 때 우리는 그 속에서 내가 아주 작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대자연이 지켜보는 앞에서 소꿉놀이를 하는 듯한 평화를 얻는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레이첼 칼슨이 말한 것처럼 '어린이에게는 자연에 대해 함께 놀라워해 줄 한 명 이상의 어른이 필요하다.'

41쪽

 

글이 길지 않고 사진이 많아서 부담없이 읽었다. 부모로서 우리집 이이와 '자연미술'을 마음껏 해주고 싶고, 한 사람으로서는 '자연미술'을 내가 즐기며 하고 싶다. 저자가 집 앞 다리 밑의 개울에 우두커니 앉아 살랑이는 물고기와 개구리, 풀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상실로 휘몰아치는 마음을 잔잔하게 가라앉혔던 어느 열다섯의 5월처럼 나 역시 내 안의 평화로움을 찾고 싶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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