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지극히 사적인 하루]
며칠 전 동료 교사가 선물한 책이다. 내가 몹시 힘들어 보임을 보였나 보다 -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보내 온 책이다. 어쩐지 보낸 이의 마음이 제목의 한 글자 한 글자에 새겨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의 내용은 "누구에게나 그런 날"을 쓴 저자 손수현 작가의 하루 하루 일상을 메모처럼 남긴 기록들이다. 그래서 어디에서든 어느 페이지를 읽어도 부담이 없다.
그야말로 지극히 사적인 하루이자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현실의 일상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가 길을 걷다가 문득 찍은 사진 한 장이 특별한 사진이 되어 버리고, 또한 그 사진을 찍었던 순간의 공간과 풍경 사람 마음의 결을 기록하면. 의미 있는 문장이 되고 글이 되고 책이 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저자의 지극히 사적인 하루하루는 대개의 페이지를 이루고. 특별해진 문장들은 읽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58쪽 [첫눈] =::
올겨울에도 어김없이 눈이 내린다는 건 / 특별할 것 없는 흔한 일이지만
오늘처럼 변함없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 무엇보다 귀한 일.
그래서 우리는 매해 그렇게도 부지런히 / '첫눈'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걸까.
특히, 요근래 내가 자주 찍었던 담쟁이 덩굴과 유사한 사진이 나온 부분과 글을 옮겨 본다.
114쪽 [따스한 겨울] =::
내 손과 발은 / 11월이 되기도 전에 겨울이 내린다.
매번 차갑게 언 손을 녹여주는 너는 배부터 차가워지는 희한한 몸을 가졌는데
나는 또 배만 따뜻한 희한한 몸을 가져서 그 어느 때보다 오래 그리고 자주 너를 안아줄 수 있다.
희한한 너와 내가 만나니 / 겨울조차 고마운 계절이 되었다.
춥기만 했던 이 겨울이 가장 따스한 계절이 된다.
내 옆지기는 나보다 체온이 적어도 3도 이상은 높은 듯하다. 그래서 11월이 되기도 전에 겨울이 되어버리는 내 손과 발의 차가움은 그의 따뜻한 손과 발을 더 찾게 된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한 사람과 십 년 그리고 삼십 년 그 이상을 살아낼 수 있고. 또한 겨울조차 고마운 계절로 다가올 수 있다 여기나 보다.
[담쟁이 덩굴 : 책 속의 사진 115쪽]
[담쟁이 덩굴 : 10월의 어느 날 내가 찍은 사진]
담쟁이 덩굴은 어느 장소 어떤 시간대에 찍어도 그 색감이며 분위기가 예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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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순간들에 놓인 당신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속수무책으로 세상에 흔들리고 있다 여기는 순간에"
"영영 철들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유난히 다정했던 날들을 기억하며 지금 슬퍼하고 있는 순간에"
"사랑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온 마음을 다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순간에"
"위로의 타이밍을 놓치고 누구에게든 위로받고 싶다 여기는 순간에"
그리고 기타 등등의 순간에...
이 책을 펼쳐든다면. 부드럽고 고요한 위로로 마음이 평온해 질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하루하루와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하지 않은 말과 문장으로
특별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 보시라 ~
205쪽 <위로의 타이밍>에서 =::
덜 힘든 사람이 더 힘든 사람을 다독여줄 수 있는 것도
그 위로의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도
어쩌면 축복받은 일인지도 모른다.
삼상(지하철, 침상, 찻집 등 자신의 자투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에서 만나는 이 책은,
일상의 행복이라는 것이, 아주 가까운 위로라는 것이, 어쩌면 그냥 내 주변의 시간과 공간과 풍경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고 있다고 가르쳐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일상의 순간을 감사하며 지내라고. 다시 깨닫게 해 주는 "지극히 사적인 하루"들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84쪽 [울진 바다]에서 =::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깨달았다.
그때 그 사람이 좋아지지 않던 이유도 / 실은 그의 반짝임을 발견할 만큼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아서였다는 걸
내 일상을 지금보다 더 가까이 들여다 보아야겠다.
출퇴근 길의 나무, 나뭇잎, 풀, 풀의 빛깔, 하늘빛, 노을빛의 매력적인 순간들을. 그리고 바람 결의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섬세한 촉감도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