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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유산

[도서] 어머니의 유산

미즈무라 미나에 저/송태욱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모녀의 관계라는 것은 어쩐지 '애틋함'이나
같은 여성으로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 덕분인지
부녀관계보다는 더욱 진한 유대감을 떠올리게 한다.

딸을 둔 엄마들이 '새로운 친구'나 '온전한 내 편'이
생겼다고 하는 것처럼 모녀의 관계를 생각하면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진한 그리움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소설은 남달랐다.
'엄마, 대체 언제 죽어줄 거야?' 라고 묻지를 않나
'어머니가 죽는다. 그 어머니가 죽는다. 드디어 죽는다.' 라며
어머니의 죽음을 해방이자 고대해온 소망처럼 말하는게 아닌가.

현대 일본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꼽히는 미즈므라 미나에는
신문을 통해 이 소설의 연재를 시작했다.
신문에서 연재되는 소설의 특성 상 사회문제를 다루고 싶었다고 하는데,
책의 출간과 더불어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동아시아에서는 아이나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이
전형적인 어머니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동아시아에도 자기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늘어났습니다.
이는 소설가를 직업으로 삼는 여성이 늘어났다는 얘기이기도 하지요.
남성 작가의 소설에서 여성은 연애 대상이나 성욕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
때로는 진절머리가 납니다. 하지만 여성 작가의 소설에서 여성은 우선 어머니이고,
자매이며, 딸입니다. 지금까지 소설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만큼 여성 작가는
더욱 다양한 형태로 어머니나 자매, 딸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게이샤 출신으로 신문소설에 푹 빠져 소설 속 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 같다 생각하는 외할머니,
그런 외할머니의 불륜으로 태어난 엄마 노리코,
노리코의 꿈이 투영되었던 두 딸 나쓰키와 미쓰키.
노인이 되어 요양원, 병원, 죽음을 앞에 둔 노리코와
그런 엄마를 돌보게 된 중년의 딸들이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돌아보게 된
모녀3대의 이야기, 자유와 행복에 대한 단상이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버지의 병수발, 초라했던 마지막과 대조로
화려하고 사치스러웠던 어머니 노리코의 생활.
원망하고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끝내 어머니여서 때로는
가엽고 딱하게 느껴지던 딸들.
어린시절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던 차별들 속에서
언니와 다르게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결혼과 인생을 선택하며
가쓰라가의 다른 여자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생각한 미쓰키는
어머니의 입원과 맞물려 발견한 남편의 외도증거, 이혼을 계획중인 정황 속에서
어쩌지도 저쩌지도 못하며 휘둘린다.

쉽게 죽어주지 않는 어머니와 과거 이미 떠난 아버지의 씁쓸하면서도 초라한 기억.
더이상 젊지 않은 중년의 자신을 마주하며 노후와 나이듦,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미쓰키의 변화와 마음가짐은
그녀를 진정한 해방과 자유로움으로 이끈다.

지나치게 화려했던 엄마가 남긴 물건들과 결국은 어머니에게서부터 비롯된
자녀들 몫의 유산 덕분에 새로운 출발과 비로소 자유를 맞이할 수 있었던 미쓰키는
과연 엄마에게서 온전히 해방이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오랜 병앞에 효자없다'는 옛말이 있다.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본인을 키워준 부모에 대한 애정, 고마움, 의무는 갖지만
긴시간 부양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 하는게 모두의 현실일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부모님의 부양이나 노화, 병환, 자신의 노후에 대해서도
소설을 읽으며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에서 벗어나 시대와는 다른 삶을 산 노리코의 모습은
모두 같은 모습을 하고 사는 것만은 아니다, 시대 속에서도 다양한 여성의 모습이 있음을
소설을 통해 현재의 독자들에게 알리고픈 작가의 작은 소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소설 속 병원에 입원한 미쓰키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묘사된 모습을 보며
우리 할머니가 떠올랐다.
치매를 앓던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시면서
언젠가 그곳에서 떠나시게된다는 사실이 죄스러우면서도
당장 치매환자의 간병이 감당이 안되는 식구들의 상황이 우선시 될 수 밖에 없었다.
몇 번가지 못했던 면회에서도 그나마 기억이 조금은 남아있는 온전한 순간일때면
"이렇게 여기서 사는게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겠다."는
할머니의 넋두리가 아프게 가슴에 남는다.

늙는다는 건, 나이가 든다는 건, 아프다는 건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것인데
그 마지막이라는것이 그저 쓸쓸하고 초라하지만은 않게끔
오늘의 행복과 단단한 하루를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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