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포털사이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웹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른채
'누구나 공짜로 메일을 만들 수 있다'는 말에
아이디를 만들고 그렇게 만든 주소를 주변의 친구들에게
서로 알려주며 주소록에 등록을 하고는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을 해낸 것만 같았던 때가 있었다.
같은 반일 뿐 '친하다'의 범주에 들지 않았어도
메일주소가 있다는 이유 하나로 동질감을 느끼고
하나의 친해질 요소로 충분했던 그때의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야, 내가 메일 보냈어. 암튼 이따가 확인해보라고"
이정도로 시큰둥하게 스치듯 말을 건내며 데면데면했지만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확실한듯
메일 속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야. 한번 들어봐' 하면서
시시콜콜한 자신의 이야기도 하릴없이 늘어놓는
메일을 주고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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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라는 것이 어색한 메일이라는 것도 어색한
금새 휘발되는 메시지와 단문, 혹은 메시지보다도
사진과 영상으로 소통하는 요즘의 시간 속에서
한번씩 낯설은 감정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던
시차가 있던 그 커뮤니케이션이 그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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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총시리즈는 문학동네의 서간에세이 시리즈로
우리 시대 빛나는 작가들의 왕복서간을 엮는다는 의미로
'총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괄호가 많은 편지》, 《소소한 모험을 계속하자》 라는
책들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이번에 읽은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는
그간 다양한 책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익숙한
황선우, 김혼비 작가의 서간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하는
과로와 번아웃, 그리고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를 통해 이어가며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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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글을 맛있게 쓰고 재미있게 쓰는
작가들의 조합이라 기대가 되었고,
두 작가하면 세트로 떠오르는 김하나, 박태하 작가의 조합으로
총총시리즈가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기도 했다.
편지의 시작을 맡았던 황선우 작가의 말처럼
책을 읽는 독자로써 작가에 대해 알게되는 사실이나 이미지는
글을 통해 느낀 얕고 단편적인 부분으로 그것이 그 작가의
전부이거나 완전히 일치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늘 단단하고 걱정없을 것 같은,
늘 해맑을것만 같았던 작가도 사실은 일에 지치고 힘에 부치며
과로를 하고, 번아웃을 겪기도 했고 그 회복에 있어서도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게 지독히 힘들어하면서도
부단히 노력한다는 점에서 평범한 한 사람이었음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출간되었던 황선우 작가의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를 읽으면서도
일과 나 사이에서의 균형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는데
이번 책에서 "혼비씨"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따스하게 건내는 말들은 정말 '언니같다'는 생각에
멋있다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김혼비 작가는 또 어떤가.
특유의 위트있으면서도 진지한 글은
'이렇게 뻘하게 웃길 수 있다고?' 하다가도
어느새 뭉클한 마음에 뜨거운 복숭아씨를
몇 번이나 삼키게 하고 말이다.
한달에 한번씩, 1년여에 걸쳐서 주고받은
두명의 작가가 쓴 20통의 편지는
늘 '최선을 다해야지'가 미덕인것만 같았던 오늘의 우리에게
지나친 열심과 부지런을 이만큼 내려놓고
한 템포씩 느리게 가자고, 여유를 찾고
스스로 회복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조용히 그리고 따스하게 권하며
지쳤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만 같았다.
'누구나 다 그렇게 힘들지만 참고 하는거야'
'최선을 다해야지' 라기 보다는
'같이 목탁과 리코더 연주를 하고 사과 브랜디를 마셔요'
'일을 줄이고 작정하고 쉴 틈을 만들어요' 라며
마음을 헤아려주는 따스한 당김은
그동안 듣지 못했던 낯설으면서도 사실은 가장 듣고 싶었던
그런 위로가 아닌가 싶다.
주고받는 당시에는 한명이 쓰고 한명이 읽던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주었던 편지들이
이제는 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된다.
무릇 글이란게 그런게 아닐까.
그렇게 널리 퍼지라고 쓰여지는 것이 아닐까.
총총 빛나는 별처럼 총총 발걸음을 더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어떤 진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