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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도서]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박상영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휴식 休息.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을 말한다.
일정의 기간, 틈을 가진 휴가와는 비슷한듯 다른
'잠깐 쉼'이라는 휴식을 과연 제대로 보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학생의 신분으로 방학기간 잠시 일했던 아르바이트 때도
밥벌이를 위해 온전히 일을 하는 완연한 사회인으로써도
잠깐 쉰다는 것은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의 나에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지혜야, 좀 쉬엄쉬엄 해. 했던거 다시 들여다보고
좀 쉬고 책도 한번씩 봐도 돼" 하셨던 도서관 선생님의 말.
자매들끼리 일하는 지금도 한가한 때와 미친듯이 바쁜 때
중에서 더 나은걸 고르라면 무조건 후자이다.

나 만큼이나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작가 박상영이 휴식과 휴식을 맞이해 떠난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정말 배꼽빠지게 재밌게 풀어놓았다.
푸근한 곰 같은 이미지의 작가는 큰 덩치와는
매칭되지 않는 애착베개에 대한 이야기며,
마사지볼을 이용해 지네를 잡은 이야기,
아직은 능숙치 않은 운전실력 때문에 2시간 거리를
4시간이 걸려 후들거리며 갔던 기억 등
'작가는 일상과 여행마저 비범한가' 싶을 정도로
참으로 다채로운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휴가지에도 노트북을 가져가고,
휴식이라면서도 글을 쓰고 기록하고 일을 놓지 못하는
작가는 '완벽한 휴식'에서 '완벽'을 내려놓고
작은 빈틈을 찾고자 했다.
그 작은 빈틈들의 조각과 추억이 바로 이 책을 만들게 된
가장 큰 자양분이 아닌가 싶다.

직장을 다니며 글을 쓰다, 전업작가로 전향한 작가는
글을 쓴다는 직업적 특색답게 주변에도 글을 쓰고
무언가를 창작하는 지인들이 참 많았다.
함께 편집을 하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쉴새없이 나누며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인 친구들은
그의 완벽지 못한 휴식의 작은 빈틈사이 즐거운 추억,
잊지못할 기억속에 함께 아로새겨있다.
함께한 시간이 긴 만큼, 잊지못할 기억과 재미있는 시간은
어쩜 그리 많은지 책을 읽는 내내 함께 같은 장소를
여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낯설은 장소와 풍경은 평소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돌아갈 곳을 더 그리워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을 때 느끼는 익숙한 안락감을
새삼스럽게 떠나야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에게 휴식은 그런 것 같다.
일하다가 맞이하는 잠깐의 틈이 더 달콤한 것처럼
자주 맞이하고 싶기보다, 아쉬워서 더 소중하고
비 일상적인 이벤트처럼 색다르기를 말이다.

매일 만나는 풍경과 일상에서 벗어나 색다른 배경에서
언제나처럼 글을 쓰고 고치는 작가의 모습은
완전한 휴식도 완전한 일에 속하지도 않았지만
스스로에게는 단 1%의 빈틈일지라도 그 무엇보다도 큰
휴식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또 일하고 글을 쓰고 떠나고를 반복하며
작은 빈틈을 만끽하고 취하고 있을테지.
그 작은 빈틈 속에서 다시 일상을 생각하고 있을테지.'
하고 책의 마지막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휴식이라는 것 앞에서 완벽을 기하는 것 자체가
휴식과는 거리가 개념이 먼 것 같다는 작가의 말처럼
휴식의 순도보다는 휴식의 농도를 스스로 얼마나
만끽하는지를 생각하는 게 오히려 진정한 휴식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다.

부커상후보로도 노미네이트된 작가의 책들을
정작 읽지 못하고, 마치 번외편 같은 힘을 뺀
에세이를 먼저 읽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작가의 글보다는 박상영이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 듯한 기분이었는데
휴식을 취하면서도 글을 고치고 써내려간 그의 작품들도
순서대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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