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글이, 그녀의 말이 너무나도
잘 알려지고 퍼지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등단이라는 과정을 거치치 않은,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글을 써서 판매하는
학자금대출을 갚기위해 글을 썼던
파격적인 이십대의 어린 작가.
누드모델, 글쓰기 교실 선생 등
흔치않고 너무나도 파격적인 그녀의 등장은
'글을 쓰는데 작가가 되는데 정해진건 아무것도 없어.
그냥 쓰면 되는거야' 라는 얘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던 그녀가 자신의 글을 연재하는
'일간 이슬아'로 이름을 알리고
아무튼 출근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매일 글을 쓰는 젊은 작가의 일상을 보여주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또 소설로, 에세이로, 인터뷰집으로
신문에서의 기고로 글이 퍼지면서
어느덧 이십대에서 삼십대로 접어들었다.
젊은이의 치기 같았던 독특한 행보는
그저 '그녀다움' '이슬아니까' 라는 평이 되어버렸고,
그녀의 독자로 그녀의 글을
나보다 어리지만 배우는 마음으로
존경과 시샘하는 마음을 담아 읽던 나는
그녀가 20대를 넘어 30대가 뭍어남을
그녀의 책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
새로운 책을 출간할 때마다
이른바 '전타석 히트'를 치는 이슬아의 솜씨.
그것을 의식하지 않기란 힘들텐데
언제나처럼 그녀는 너무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또박또박 해낸다.
이슬아의 글이 좋은 점은
대단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어린시절 가족들과의 추억,
엄마아빠, 엄마아빠의 엄마아빠 이야기,
친구들과의 수다,
조금 더 폭을 넓히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기후와 환경,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 등
지극히 누구나 가지고 있는 바운더리의 이야기를
이슬아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언제가 그렇듯
담백한 말투로 옮길 뿐이다.
??
이번에 읽게 된 《끝내주는 인생》은
인간 이슬아가 보낸 일간 이슬아에 담기지 않은
이슬아의 세계가 담겨있다.
영월에 가면 떠오르는 어린시절
아버지와 가족들과의 추억,
친구에게 받게된 화분을 키우며 드는 생각,
과일을 먹고 헌 옷을 나누며 한 대화,
어린이들이 가득한 태권도장에서
꿋꿋하게 줄넘기를 넘던 이야기 등
결고 특별하기 위함이 아닌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맞이한 소중한 순간들에 대해서 펼쳐놓는 것이다.
'이슬아'라는 이름과 '끝내주는 인생'이라는
엄청난 타이틀에 무언가 처음부터 나는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으며
그녀가 말하는 '끝내주는 무언가'를 찾으려 애썼던 것 같다.
그런데 인생이라는게 무릇 그런게 아닐까.
살아낼 때에는 보낼 때에는 미처알지못한 순간들이
지나놓고 돌아보면 '좋았었다'
'그게 최고의 순간이었다' '끝내줬다'라고
곱씹어 회상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살아내는 순간에 느낄 수 있는
감사함이나 감탄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이슬아는 끝내주는 인생이라는 타이틀 아래
너무나도 소박하고 하찮은
작은 추억과 이야기들을 펼치며
그것이 얼마나 끝내주고 아름다운 이야기인지
역설적으로 하고 있었다.
??
특히나 그녀의 친구인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이훤과의
콜라보로 내놓은 이 책은
활자로만 담을 수 없는 그 이상을
사진과 더불어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던 것 같다.
나의 글, 그리고 그 이야기를 더 완벽하게
완성시켜줄 수 있는 나를 잘 아는 친구의 사진.
그래서 더 특별하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녀에게.
언제나처럼 책을 낸 이후에는
자신있게 당당하게 갓 태어난 자식같은
책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건내고는
다시 언제나처럼 평범한 일상으로
작가 이슬아이자 인간이슬아의 일상으로
하루를 살아내는 모습이 참 담백했다.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글을 쓰고 있는 이슬아의 모습은
늘 듣는 사람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옮기고나니
어느새 끝내주는 인생이 완성된 느낌.
이 역시 그녀의 매력이리라, 그녀의 글의 매력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