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스라 함은 20대 청춘 넷이 옥탑방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거라 짐작했는데 연령대도 다양한 남자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어쩌다 저 단어에 어릴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여튼 네 명의 남자 이야기이다. 만화잡지로 상을 타 등단했지만 이렇다할 출세작 없는 무명만화가 30대 영준, 한 때는 잘 나가는 영업부장이었으나 기러기 아빠이자 백수가 된 40대 김부장, 또 한 때는 잘 나가는 만화스토리 작가였으나 황혼이혼까지 당하는 영준의 50대 싸부, 고시공부만 몇 년 째 하고있으나 번번히 탈락하는 고시생인 영준의 대학 동아리 후배인 20대 삼척동자. 여기가 옥탑방 주인 슈퍼할아버지, 손자인 석이, 선화 등도 등장한다.
현실에서는 처절함직한 백수탈출기 이야기인데 심각하게 상황을 끌고 가지 않아 초조하니 무언가를 짐작하면서 읽지 않아도 된다. 일 부탁하러 3만원 들고 선배의 자녀 돌잔치를 오랜만에 찾아가고,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여자가 나를 이용하려던 사실도 깨달아보고, 다단계에 빠지거나, 가장의 노릇을 하지 못해 이혼까지 당하고, 매번 고시에 떨어지는 가족사까지 곁들어지는 에피소드가 최고의 심각한 상황이라고 해야 하나. 자그마한 옥탑에 달라붙어 사는 동거인들에 질려 망원동을 떠날 결심을 한 영준의 스토리도 갈등인가. 물론, 이러한 사항에서 여자친구까지 생기는 행운이 찾아온다.
영준은 잡지만화의 작가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내려놓고 학습만화를 그리기 시작하고, 웹툰에 브라더스의 이야기를 실을 준비를 한다. 이것저것 시도하던 김부장은 요리실력을 발휘해 식당을 개업하고, 싸부는, 싸부는 의도치 않게 옆집 부녀를 화재속에서 구해내 동네 영웅이 되어 매스컴을 타고 대학 강사가 되고, 김부장을 돕던 알바생 삼척동자는 그들의 식당인 해장마차 프랜차이즈를 준비함으로써 해피엔딩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런 소설을 읽다 보면 매번 느끼듯 이 네 명의 주인공들이 배경이 망원동 옥탑방 어딘가에 살고 있듯이 느껴진다. 솔직히 우리 주변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서민서민 한 사람이다. 소개글만 보면 매번 백수같이 살아 갈 듯, 아무 일도 안하고 살아갈 거 같지만, 아무일 안 한다고 해서 뭔가 특별한 일이 갑자기 터져서 스펙타클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고, 각자 그들 나름대로 돈을 벌고자 백수를 탈출하고자 노력을 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잠잠하고, 작가 특유의 유머로 순탄하게 이야기가 끌어나가 부담스럽지 않게 읽어 갈 수 있다. 내 주변 이웃 주민들의 소소한 이야기들, 이제는 저 먼 나라 이야기가 될 거 같은,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