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의 항구에서 만나는 따스한 이야기, 『해피엔드 에어포트』
무라야마 사키란 작가 이름을 보고 읽고 싶었던 책이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를 시작으로 호감을 느껴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었는데, 따뜻한 힐링을 원한다면 이 작가의 작품 어떤 것이든 괜찮은 선택이다. 이번 『해피엔드 에어포트』도 기대감 충분히 충족. 표지 일러스트에서 보이는 단정함과 따스함이 글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공항은 돌아오기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리운 고향으로 날아갈 날개가 기다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p.19)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의 배경은 공항이다. 연작 소설으로, 공항에 머무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꿈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만화가, 어릴적 추억을 품고 공항의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 오랜만에 재회한 어린시절 단짝 친구, 마법같은 마술을 부리는 마녀. 이야기를 읽다보면 익숙한 듯한 내용도 있는데, 저자의 다른 작품에 있던 내용이었나 싶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꿈이라는 알을 품고 언젠가 부화하는 날을 기다리는 인생도 괜찮지 않습니까. 꿈을 포기하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요." (p.77)
첫번째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조언받은 내용. 인상적이었다. 첫번째 이야기 자체는 썩 만족스럽진 않았다. 주인공도, 주인공의 전 연인도, 주인공의 친구도 호감을 가질 수 없는 이야기 전개였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초상을 그리는 화가가 건넨 저 조언 때문에 이 이야기를 나쁘지 않게 기억할 수 있었다. 서점에서 자신의 책과 팬을 만나 마음을 바꾸게 되는 결말 부분도 뻔하지만 따스한 마무리였다.
"책에는 마법의 힘이 있단다. 종이에 인쇄된 그림이나 글은 보기만 해도 여기 없는 세계가 보이다니 신기하지? 마법의 주문이 적힌 것 같지 않니? 책은 틀림없이 마법으로 이루어졌어. 책방에서는 마법을 진열하고 파는 거야." (p.97)
『해피엔드 에어포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두번째, 공항 서점에서 일하는 유메코의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책과 서점에 관한 이야기니까 더 끌린 게 아닐까? 유메코가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들었던 저 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유메코처럼, 두고두고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마법의 힘이 작용해서 누군가가 정말 저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유메코의 이야기는 저 이야기처럼 정말 '마법'같은 모습을 품고 있다. 어린 시절 공항에서 길을 잃었던 추억과 현재가 마법처럼 연결되는 이야기. 꽃이 만발한 정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아주 친했던 친구였지만 헤어질 때 좋지 않게 헤어졌던 단짝 친구. 그 후 연락을 끊게 되었지만 서로의 소식을 보고 그리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공항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 과거 헤어지면서 있었던 일의 진실을 나눈다.
자신이 '마녀'의 일을 이어받게 된 기억을 떠올리는페리시아 사치코의 이야기가 마지막. 공항 호텔에서 머무르면서 자신의 인생을 떠올리고, 그녀의 '마법'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도 만나면서 다시 여행을 이어나갈 힘을 채웠다.
'지상에서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는 우리에게 공항은 잠시간 인생의 시간을 멈추는 장소일지도 몰라.' (p.281)
공항에서의 이야기들은 모두 '해피엔드'로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메구미의 시점에서 흐르는데, 막 데뷔한 신인작가라는 설정 때문인지 멋진 생각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공항'을 그대로 풀어내면 '하늘의 항구'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잠시 머무르는 공간인 공항. 다른 여행 에세이 책에서도 본 적 있는데, 여행이란 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순간이다. 그 순간의 시작과 끝을 '공항'에서 한다. 그러니 공항은 일상을 일단 단절했다가, 연결할 수 있게 만드는 공간. 그 생각이 흥미롭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