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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교실

[도서] 최고의 교실

다이앤 태브너 저/우미정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여러분께 학교는 어떤 곳이었나요? '배우는 장소'였나요? 아니면 그저 '겪어나가야 할 어떤 곳'이었나요? 저에게 학교는 후자였습니다. '가고 싶어서'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가야 하니까' 가는 곳,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경험하기보다는 지시에 맞춰 따르고 수행하는 곳, 내가 '되고 싶은 나'보다는 내가 '되어야 하는 나'가 중요한 곳, 간단히 말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인 곳, 그래서 그 자체로는 결코 성장의 기쁨을 누릴 수 없는 곳. 그런데 '이 학교'는 조금 다릅니다.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대학은 결과이지 궁극적 목적이 아닙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목적의식을 갖게 하고 한 사람의 고유한 개인으로서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것이 학교의 역할이며,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명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오로지 대학만을 쫓는 우리나라의 교육과는 달리 대학 너머의 삶을 내다봅니다. "급격하게 변하는 경제 사회에서 아이들이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인가?", "경제적인 안정과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준비시키는 방법은 무엇인가?", "학생들이 자신에 대해, 자신이 삶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돕는 방법은 무엇인가?", "목적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죠. 워싱턴 포스트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학교', <뉴스위크>가 선정한 '미국 최고의 고등학교, '서밋스쿨'의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는 학교, 서밋스쿨
 
39 우리는 더 의미 있는 일을 원한다.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더 오래 살고 싶고, 더 건강하게 더 많은 활동을 하며 살고 싶다.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싶다.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 싶다. 사람들은 재정적 안정을 다른 것과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의미 있고 충실한 삶을 위해 가난을 받아들이겠다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를 다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 <최고의 교실>은 서밋스쿨의 모든 것을 담은 책입니다. 저자는 서밋의 교장으로 시작과 성장을 이끌어온 다이앤 태브너. 교사 출신인 그녀는 왜 서밋을 설립하게 되었는지, 서밋의 성장과정은 어떠했는지, 서밋이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서밋 특유의 교육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친절하게 보여줍니다. 99퍼센트의 졸업생이 4년제 대학에 합격하고, 대학 졸업생 비율은 전미 평균의 2배에 이른다는 서밋의 노하우는 무엇이며, 그 모든 프로그램들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지 아낌없이 공개합니다. 저자는 서밋의 개교 이래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왔으며 그 대답이 모두 "그렇다"가 아니라면 뭔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서밋은 내가 입학하고 싶은 학교인가?", "서밋은 내가 가르치고 싶은 학교인가?", "서밋은 내 아이를 보내고 싶은 학교인가?"입니다. 저는 책을 꼼꼼히 정독하며 세 가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육자로서 저자의 진정성은 확고했으며, 교육기관으로서 학교의 규칙과 프로그램은 체계적이었고, 학교와 교사와 아이들을 아우르는 교육철학은 '아이들의 성장과 미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관되었습니다.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교육기술을 배웠고, 인간은 어떻게 배우고 성장하는지 관점의 폭을 넓힐 수 있었으며, 아이들의 건강한 삶을 진심으로 바라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 책을 고등학교 때 읽었더라면 사범대로 진로를 바꾸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슴이 벅차고 마음을 울리는 독서였습니다. 교사, 임고생, 교육공무원, 학부모님 등 '더 나은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분들게 유익하고 감동적인 읽기가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목차 구성: 왜, 어떻게,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책의 목차는 총 3부와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자는 책을 쓰기에 앞서서 <평균의 종말>의 저자인 토드로즈에게 책 쓰는 법에 대해서 배웠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아주 체계적이고 매끄러운 구성이 돋보였습니다. 교육에 관한 책이기에 다소 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에피소드 중심의 스토리텔링에 몰입하며 아주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크게 '왜-어떻게-무엇을'의 구성입니다. 왜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하는지,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무엇이 준비되는지 이어지는 깔끔한 형식입니다. 
 
72 그들은 그런 학교는 아들의 영혼을 짓밟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학교에서 라이언을 온전한 인간으로 봐주기를 바랐다. 나는 서밋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아이에게 학습에 대한 도전과제도 주겠지만, 등급으로 정의되는 존재 이상으로 보는 시각을 반드시 견지하겠다고 말했다.
 
먼저 '제1부-왜 준비해야 하는가'에서는 '아이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3가지 이유'라는 부제 아래 서밋의 출발과 성장,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교과서중심의 전통적인 교육이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지 못함을 지적하고, 새로운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3가지 이유를 통해 설명합니다. 또한 저자가 평범한 교사에서 새로운 교육의 필요상을 느끼고 서밋스쿨의 교장이 되기까지의 과정 또한 담고 있는데요, 저는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저자의 경험과 감정에 공감하며 '왜 서밋이 필요했는가'에 대해 마음으로 납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
 
141 실패는 두 가지 경우에서만 생산적이다. 첫 번째는 실패한 사람이 그 실패로부터 뭔가를 배우고 다시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경우다. 두 번째는 실패해도 미래의 기회가 영원히 차단되지 않는 경우다.
 
'제2부-어떻게 준비하는가'에서는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4가지 과정'이라는 부제 아래 서밋의 학습전략 4가지를 상세하게 공개합니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 자기주도, 깊은 사고, 협업하기의 4가지가 그것입니다. 4가지 전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습니다. 말을 더듬는 아이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전교생 앞에서 멋지게 발표하는데 성공하게 되거나, 아이들이 대화와 토론과 설득을 통해 주도적으로 학교의 마스코트를 선정하는 과정 등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독자의 마음마저 뿌듯하고 충만하게 만들었습니다. 
 
181 경험이 늘어날수록 아이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모으고 그 속에서 하나의 패턴을 발견할 것이다. ... 아이들은 수많은 '것들'을 경험함으로써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게 가치 있는 역량과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기에 마침내 각자에게 맞는 직업을 찾을 것이다. 설령 그 직업이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제3부-무엇이 준비되는가'에서는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4가지 요소'라는 부제 아래 서밋을 졸업하는 아이들이 갖추게되는 4가지 역량을 소개합니다. 성공습관, 호기심 중심의 지식, 보편적인 역량, 구체적인 다음 단계의 4가지입니다. 대학은 고등학교의 다음 단계일 뿐입니다. 서밋의 목표는 단순히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이 그치지 않습니다. 독립된 어른으로서 건강하고 자신있게 자립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지도하죠. 아이들이 삶의 주체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역량을 제공합니다. 대학생이 되면서 혼란에 빠지는 아이들이 더러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시키는 것만 잘 따르면 인정받고 성공하는데 무리가 없지만, 대학생이 되고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미지의 땅에 들어서면서 두려움과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래서 더욱 서밋의 아이들이 부러워졌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사고'를 온몸으로 체험한 뒤에 어른이 되었다면, 저의 20대는 도전과 모험과 의미와 흥미와 충만함으로 더욱 빛났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PBL로 역사를 좋아하게 된 케이시 이야기
 
끝으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두 개의 사례를 소개한 뒤 글을 마치겠습니다. 먼저 '제4장-프로젝트 기반 학습'에서 소개된 케이시의 사례입니다. 역사수업에서 케이시는 프로젝트를 맡게 됩니다. 역사적 인물을 한 사람 선택해 깊이 있는 조사를 한 뒤, 만약 그 인물이 미국에 온다면 '트렁크'에 무엇을 담아왔을지 이야기를 구성하는 과제였죠. 케이시의 발표는 훌륭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인물처럼 옷을 입고 그 인물의 관점에서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죠. 이 발표 이후 케이시에게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예전과 달리 역사과목을 좋아하게 된 것이죠. 과거에는 역사를 그저 오래된 사실들의 나열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지만, 발표 이후 역사 속 사건들 사이의 관계성을 이해하고 역사와 문학을 결합하는 등 보다 넓은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는 다시, 역사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죠. 케이시는 역사를 자신의 삶으로 가져오는데까지 다다릅니다. 1990년대 후반 미국 교외의 멋진 집에 사는 소녀 케이시의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질까? 나는 어떻게 될까? 부모님이 살아오신 것과 같은 삶을 살게 될까? 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죠. 역사탐방 현장학습 교사 일을 했던 저의 지난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역시 역사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었고, 사례나 게임 등을 도입하며 나름의 시도를 해보았지만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이번 독서를 통해 호기심은 결국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배움은 역시 삶과 이어져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게 되는 날이 온다면, 호기심을 이끌어내고 삶과 연결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프로젝트를 시도해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0년만에 교사가 되어 돌아온 제자 마테오의 이야기
 
두 번째 사례는 '11장-구체적인 다음 단계'에 소개된, 10년만에 저자를 찾아온 제자 마테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서밋의 교장이 되기 전, 평교사 시절에 맡았던 제자입니다. 당시 졸업을 앞둔 마테오는 대학 입학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졸업식 당일 갑자기 저자를 찾아왔습니다. 도와드릴 일이 없냐고 둘러댔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있어 보였죠. 마테오는 망설이다가 입을 떼고는 대학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놀란 저자가 이유를 묻자 엄마의 일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죠. 아이의 집안 사정을 알고 있던 저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네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리란 걸 알기 때문에 네가 여기 왔다고 나는 생각한단다. 상자 들고 따라와." 그렇게 저자는 마테오를 차에 태우고 대학에 데려가 곧장 등록시켜버립니다. 강의실에 데려가 첫 줄에 앉게 하고 강의를 듣고있을 모습을 함께 상상하죠. 그 뒤 10년만에 마테오가 저자를 찾아온 것입니다. 그리고는 말하죠. "선생님을 찾아뵙고 제가 이제 교사가 됐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 선생님이 제게 해주셨던 것들을 아이들에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자는 눈물을 흘리며 마테오를 안아주었습니다. 이 사연을 읽고 있던 저 역시 어느새 뜨거운 눈물을 함께 흘리고 있었습니다. 교사를 향한 믿음이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고, 제자를 향한 교사의 진심과 신념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었으며, 이는 또 다시 새로운 아이에게로 대물림 될 것입니다. '선한 영향력'은 한계를 모르고 확산되겠죠. 정말이지 감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교사였다면 그렇게 강단있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요? 부모의 비난과 책임이 두려운 나머지 많이 망설여졌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에게는 신념이 있었죠. 저자에게 중요한 것은 비난이나 책임이 아닌, 제자의 미래였으까요. 교사로서, 직업인으로서, 인간으로서 저자의 신념과 용기에 감탄하며 저 역시 곁에 있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소명을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자율과 책임으로 충만한, 더 나은 우리의 미래를 기대하며
 
317 레트는 우리가 반드시 아이들의 만족감과 성공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내게 분명히 보여줬다. 아이들은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있다. 성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만족감을 느끼는 주제를 추구하는 것이다.
 
329 사람들은 자신에게 자율권이 있다고 느끼고 자신의 삶을 책임 있게 살려고 할 겁니다. 자신들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테고요.
 
고등학교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삶은 대학에서 그치지 않으며, 이어질 모든 여정의 중삼이 '내'가 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을 위해 온몸으로 헌신하는 삶. 그보다 의미있고 즐거운 삶이 또 있을까요? 한 사람이 자신의 역할에 치열하게 몰입하는 때보다 더 멋지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순간이 또 있을까요? 자율은 책임으로 이어집니다. 적어도 자율적으로 살지 않는 사람이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일은 없겠죠. 진심으로 선택한 일이라면 책임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진심어린 선택이었다면, 우리의 마음이 결코 무책임하게 행동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테니까요. 자율적 인간들이 책임감으로 무장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자가 마테오를 차에 태워 망설임없이 대학에 등록시켰듯, 선한 영향력으로 서로를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고의 교실이 가져올 더 나은 세상, 우리 곁에도 다가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정성껏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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