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장수양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는 동안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볼래?
두 번째 사진은
물방울무늬 천 같지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된 야구장엔
누워도 되지만
등이 젖잖아
너는 너무 아무렇게나 다녀
별에 너 혼자 있는 것 같아
그렇게 거칠 것이 없는데
우박도 아무데나 떨어지는 건 아니야
조금 기다리면 좋아하는 구절이 나오는 노래
우리의 이야기는 그런 식이지
중간에 라디오를 꺼버리는 손
잔디에는 이슬이 있어
우리가 볼 수 없다고 해도
은하수처럼
눈 감아봐
지금
웃음소리는 얼굴에서 들려오지 않잖아
-<나란한 시>, 26쪽~27쪽
제목을 보고 시가 어떤지 보면, 그렇구나 할 때도 있지만 이 시는 제목과 시가 따로인 것 같다. ‘나란한 시’는 뭘지. 잘 모르면서 이 시를 옮기다니. 잘 모르지만 괜찮아 보여서.
이 시는 제목은 생각하지 않고 여기 쓰여 있는 걸 머릿속에 떠올려 봤다. 스프링클러가 돌아갈 때 담은 사진. 마지막 연 ‘웃음소리는 얼굴에서 들려오지 않잖아’ 하는 건 어쩐지 어린왕자가 생각난다. 저 말을 보니 별이 웃는 게 떠올랐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런 거기는 하지만, 난 시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저 느끼기만 해도 괜찮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