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장수양
채소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정원을 가꿨다
불을 켜고 바라보고 싶은 정원이었다
사람들 얼굴에 채굴되지 않은 달이 있었다
머리 위로 밤이 떠올랐다
발목을 자른 영원이 등불을 들고 눈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가슴에 발자국이 찍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그것을 세었다
나는 정원 가장자리에 입을 맞추며 걸었다 발자국이 울타리를 짓고 또 지었다
어둠 속에서 사람들 걱정이 구전되었다
시간이 무지개처럼 긴 수열을 펼쳤다
나는 사람들을 하나씩 캐었다 그들은 정원 밖에 누웠다 나는 눈먼 말로 정원 밖을 증언했다
-<정원>, 35쪽
정원 하면 나무와 꽃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 시에 나오는 정원에는 채소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건 다른 무언가를 나타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시집에 담긴 시는 거의 그렇게 보인다. 내가 잘 몰라서 그게 뭔지 모르겠다. 그런 건 어떻게 알 수 있을지.
마지막 연 ‘나는 사람들을 하나씩 캐었다 그들은 정원 밖에 누웠다 나는 눈먼 말로 정원 밖을 증언했다’는 역사에서 잊힌 사람을 말하는 거 아닐까. 그게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 뭔가 내가 알 수 있는 말이 있으면 좋을 텐데. 꼭 예전 이야기라기보다 지금을 사는 사람을 나타내는지도.
잘 모른다면서 쓰다니.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