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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장수양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장수양 저
문학동네 | 2021년 03월

 

 

 

 채소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정원을 가꿨다

 불을 켜고 바라보고 싶은 정원이었다

 

 사람들 얼굴에 채굴되지 않은 달이 있었다

 머리 위로 밤이 떠올랐다

 

 발목을 자른 영원이 등불을 들고 눈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가슴에 발자국이 찍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그것을 세었다

 

 나는 정원 가장자리에 입을 맞추며 걸었다 발자국이 울타리를 짓고 또 지었다

 어둠 속에서 사람들 걱정이 구전되었다

 

 시간이 무지개처럼 긴 수열을 펼쳤다

 나는 사람들을 하나씩 캐었다 그들은 정원 밖에 누웠다 나는 눈먼 말로 정원 밖을 증언했다

 

 -<정원>, 35쪽

 

 

 

 정원 하면 나무와 꽃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 시에 나오는 정원에는 채소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건 다른 무언가를 나타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시집에 담긴 시는 거의 그렇게 보인다. 내가 잘 몰라서 그게 뭔지 모르겠다. 그런 건 어떻게 알 수 있을지.

 

 마지막 연 ‘나는 사람들을 하나씩 캐었다 그들은 정원 밖에 누웠다 나는 눈먼 말로 정원 밖을 증언했다’는 역사에서 잊힌 사람을 말하는 거 아닐까. 그게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 뭔가 내가 알 수 있는 말이 있으면 좋을 텐데. 꼭 예전 이야기라기보다 지금을 사는 사람을 나타내는지도.

 

 잘 모른다면서 쓰다니.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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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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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난

    그림이나 사진을 볼 때 내가 이해하는 것과 도슨트가 설명해주었을때 이해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더라구요.가끔 시집 같은 경우도 어떻게 이해하라고 길잡이가 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2021.06.18 13:1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ne518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시집을 보기도 하는데, 거의 괜찮았는데 전에 한번 아주 모르는 걸 보고 이번에 또 그랬습니다 해설 본다고 그걸 다 알기는 어렵겠지만, 여기에는 해설도 없어요 왜 해설이 없는지... 그냥 마음에 드는 구절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희선

      2021.06.19 01:11
  • 스타블로거 흙속에저바람속에

    희선님께서 올려주신 글을 보면서 불현듯 떠오는 동요가 하나 있어 살포시 링크만 놓아두고 가겠습니다. 저희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워온 노래인데 은근히 중독성이 있더라구요. 아이더러 "너도 꽃이고, 아빠도 꽃이고, 우리 모두 꽃이야" 라고 개사해서 부르고 있습니다.^^;;



    모두가 다 꽃이야(https://youtu.be/P9u5wxrHUvk)

    2021.06.18 22:2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ne518


      정말 한번만 들어도 모두가 꽃이야, 하는 말이 귓가에 맴도는군요 꽃은 어떤 거든 다 예쁘죠 그러니 여기에서 말하는 것도 어디에 있든 다 예쁘다 이런 긍정스런 말을 늘 생각하고 살면 좋을 텐데... 노래 잘 들었습니다 흙속에저바람속에 님 고맙습니다


      희선

      2021.06.19 01:17
  • 스타블로거 삶의미소

    채소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말이 마음에 확 다가오네요 ~~ 그냥 아름다운 사람이 아닌 채소처럼 아름다운 사람이라니 정말 멋진 말이네요 ^^

    2021.06.18 23:2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ne518


      저도 잘 몰라도 채소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목은 정원이라 했지만 뜰이나 텃밭을 생각해도 괜찮겠습니다


      희선

      2021.06.19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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