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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도서] 행성어 서점

김초엽 저/최인호 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지금까지 김초엽 소설 두권 봤다. 이번에 본 《행성어 서점》은 세번째다. 여기에는 짧은 소설 열네편이 실렸다. 열네편이지만 뒤쪽에 나오는 몇편은 이어졌다. 뒤쪽 소설 보기 전에 우연히 김초엽이 읽은 책 이야기를 쓴 글을 봤다. 그 책은 《작은 것들이 만든 커다란 세계》(멀린 셸드레이크)로 균사체 이야기가 담겼다. 그걸 읽고 여기 담긴 소설을 썼나 잠시 생각했다. 균사체는 서로 이어지고 서로 도왔다. 나무 뿌리에도 그런 곰팡이가 산다고 한 것 같은데. 지구에 외계 식물체가 침입했을 때는 사람이 미치기도 했는데, 어떤 지역에 사는 사람은 괜찮았다(<오염 구역>). 그 사람들 몸에는 버섯이 났다. 사람 몸에 버섯이 나다니. 그런 거 만화에서 본 적 있다. 만화에서는 독버섯 같은 걸 먹었더니 머리에 버섯이 났다. 버섯 먹고 죽지 않아 다행이구나.

 

 한사람 소설을 여러 권 보다보면 예전에 본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지금 생각났는데 김초엽 소설에서 가장 처음 본 건 단편으로 《원통 안 소녀》였다. 젊은작가상 받은 게 처음이다 했는데. ‘원통 안 소녀’에 나온 사람은 그곳 공기에 부작용이 있었고 클론도 나왔다. 모든 사람이 어떤 것에 다 적응하는 건 아니다. 백신도 부작용이 큰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런 사람도 생각해야 하는데 세상은 그러지 않는다. 모두가 같아야 하고 같은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그렇게 흘러가면 안 될 텐데. <행성어 서점>에서 파는 책도 마찬가지구나. 그건 말이 사라지는 걸 떠오르게 했다. 사람이 쓰는 말도 그걸 쓰는 사람이 없으면 사라진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사라지는 말이 있겠지. 그런데도 오래전 글자는 알려고도 하는구나. 그건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 그런다.

 

 사랑은 고통을 주지 않는 건지, 고통을 견디는 건지 생각하게 하는 건 <선인장 끌어안기>다. 누군가와 닿으면 아주 아픈 사람 실제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그런 사람 이야기 본 것 같기도 하다. 여기에서는 접촉증후군이라 한다. 그런 사람이어도 누군가와 닿고 싶은 마음 있지 않을까 싶다. 서로 고통을 주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하지만. 그걸 선인장 끌어안기에 비유했구나. 선인장은 가시투성이여서 끌어안기 어렵다. 가시가 많은 고슴도치는 함께 있지 않던가. 고슴도치는 서로를 찌르지 않고 닿는 방법을 아는 건지도. 사람과 사람은 서로한테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사랑이겠지. 이렇게 생각하지만 난 상처받고 싶지 않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보다 상처받아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를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 더 많겠다.

 

 어딘가에 가거나 중요한 일이 있으면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는데, <표착되지 않는 풍경>에서는 사진을 찍어도 그게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이런 일은 소설에만 있는 건 아니다. 멋진 풍경이나 소중한 기억은 그대로 담지 못한다. 그런 건 눈에 마음에 담아야 한다. 별안개 소문을 듣고 그걸 보러 간 곳에는 그 모습을 그리거나 글로 적는 사람도 있었다.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구나. <시몬을 떠나며>에는 가면을 쓴 사람이 나온다. 시몬이라는 행성에 사는 사람은 모두 가면을 썼다. 그 가면은 그곳에 찾아온 외계 기생생물이었다. 처음 기생생물이 얼굴을 가렸을 때는 절망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은 거기에 익숙해졌다. 외계 기생생물이 가면이 되고는 억지웃음을 웃지 않아도 되고 더 다정해졌다고 한다. 사람과 다르다 해도 없애거나 쫓아내지 않고 함께 사는구나.

 

 자신이 다른 세계에 산다면 더 낫기를 바랄 것 같은데 <멜론 장수와 바이올린 연주자>는 그렇지 않았다.  멜론을 잘 팔지 못하는 자신뿐 아니라 바이올린 연주자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자신도 괜찮다고 여겼다. 같으면서도 다른 두 사람이구나. 정말 평행세계는 어딘가에 있을까.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어떤 만화에서는 사람이 결정할 때마다 그런 세계가 늘어간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평행세계는 아주 많겠다. 나면서 내가 아닌 나는 어떻게 살아갈지.

 

 지구엔 외계인이 섞여 산다는 이야기는 벌써 나오기는 했다.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에서는 외계인은 미각이 다르다고 했다.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왔으니 다르겠구나. 이것도 재미있는 상상이다. 아니 어쩌면 진짜 지구에는 외계에서 온 생명체가 있을지도 모른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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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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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사랑이 모두에게 행복하지는 않나봐요. 행복하기도 하지만 고통이 함께 하기도 하고요. 사랑에도 사람에도 거리두기는 필수인가봐요.

    2022.10.26 10:2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ne518


      사랑한다 해도 거리를 두어야겠습니다 좋은 게 많겠지만, 가끔은 힘들거나 괴로운 일도 있겠지요 사랑에 그런 게 있다는 걸 알면 더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서로를 생각하고 상처주지 않으려 하면 그것도 좋겠습니다


      희선

      2022.10.27 02:53
  • 파워블로그 나난

    이 책도 제목만 들어봤어요. 김초엽소설은 이름만 알뿐 읽어보지는 못했네요. 이렇게 희선님 방에서 마주하는 낯선 책의 느낌도 좋아요.

    2022.10.26 13:3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ne518


      지금은 안 봐도 언젠가 딱 마음에 드는 제목이 보여서 보실지도 모르겠네요 처음 소설집 제목 마음에 든다면서도 저는 안 봤군요 첫번째 소설집 언젠가 볼지...


      희선

      2022.10.27 02:55
  • 파워블로그 march

    김초엽의 <책과 우연들>읽고 작가의 소설들이 많이 궁금해졌어요.
    단편집이었군요. 편하게 읽어볼 수 있을 것같은데요. 정말 제 옆에도 외계인이 있을까요? ^^
    그런 상상들을 할 수 있고, 글을 쓰는 작가들이 참 대단한듯해요.

    2022.10.26 21:19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ne518


      김초엽 작가는 SF 쓰는데, 김초엽 작가가 나온 뒤부터 SF 소설 더 자주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예전에도 있었을 텐데... SF로 다른 곳이나 앞날 이야기가 나오지만, 지금 이야기로 봐도 괜찮아요 다른 걸 보고 거기에서 상상을 하고 그걸로 소설을 쓰기도 하더군요 그런 거 부럽기도 합니다


      희선

      2022.10.27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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