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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달리기

[도서] 이어달리기

조우리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어쩐지 내 장례식엔 백명은커녕 그 십분의 일인 열 사람도 오지 않을 것 같다. 안 와도 괜찮지만. 누군가 그걸 해주기 어렵기도 하다. 그저 화장이나 해주면 다행일 것 같다. 그건 다른 사람이 해주어야 하는구나.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냥 죽을 때쯤 어딘가로 사라지는 게 나을 것 같지만 그것도 쉽지 않겠다. 그때 내가 어떨지 모르니 말이다. 걷다가 죽어야 할 텐데. 난 어딘가 많이 아프다 죽고 싶지 않다. 그저 살다가 잠을 자듯 떠나는 게 바람이다. 이건 큰 바람이겠다. 여기 《이어달리기》에 나온 성희는 암이었다. 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성희는 조카 일곱한테 편지를 쓴다. 편지에는 조카가 마지막으로 할 일이 적혀 있었다. 성희는 조카 일곱을 만나고부터 한사람 한사람한테 뭔가 일을 하게 했다. 그걸 해내면 선물을 주었다고 할까. 그런 이모 좋을지 안 좋을지. 지금 난 귀찮아서 하기 싫은데 어릴 때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거면 해도 하기 싫은 거면 못할 거 아닌가. 성희가 만난 조카는 어느 정도 그걸 즐겁게 여긴 듯하다.

 

 성희가 만난 조카라니. 성희의 언니가 결혼하고 조카가 된 소정을 빼면 다 진짜 조카가 아니다. 친구 딸이거나 옆집 아이 옆집 세탁소집 아이 병원에서 만난 아이 애인 조카다. 그런데 왜 여성은 아이한테 자신을 이모라고 하라고 할까. 이모는 다른 엄마라는 뜻이기도 하지 않나. 이렇게 말하지만 고모보다는 이모가 가까운 느낌이 들기는 한다. 그러고 보니 성희가 만난 조카는 다 여자아이구나. 성희는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죽음을 앞두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다른 사람보다 조카들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편지를 쓰고 저마다 할 일을 하면 무언가 주겠다고 했겠지. 성희는 꽤 부자인 것 같았다. 자신이 건물 주인인 엘리제는 레즈비언 전용 가게다. 어쩌면 성희는 레즈비언이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있기를 바라고 그런 곳을 죽 이어갔는지도. 자신이 주인이기만 하고 그곳을 할 사람은 따로 두었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어딘가에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겠지. 성희 조카 일곱은 저마다 자신이 할 일을 하려고 한다. 아마 성희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걸 알아서였겠다. 성희는 좋은 이모였다는 생각이 든다. 한사람은 거의 부모한테 버림 받기는 했지만, 성희가 있어서 그나마 나았다. 진짜 조카가 아니어서 성희가 아이한테 편지를 보내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 사람도 있지만 안 좋게 여긴 사람 있었을까. 책을 보니 안 좋게 여긴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도 다행이다. 부모가 있다 해도 다른 괜찮은 어른이 있으면 사람은 훨씬 좋겠지. 성희 조카 조금 부럽기도 하구나. 난 성희 같은 이모는 별로 되고 싶지 않다. 되려고 해도 될 수 없구나. 누구하고든 잘 지내지 못하니 말이다.

 

 이 소설은 여성 이야기다. 세대가 다른 여성이라 해도 이렇게 지낼 수 있다는 이야기구나. 성희 조카가 다 친하게 지낸 건 아니지만, 몇 사람은 친하게 지내기도 했다. 어쩌면 성희 장례식에서 만나고 앞으로 잘 지낼지도 모를 일이다. 성희 장례식은 성희가 죽기 전에 한 거다. 살았을 때 장례식을 했다는 말 어디선가 본 적 있는데. 실제 하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성희는 장례식에 조카와 백명이나 되는 사람을 불렀단다. 대단하다. 백명이라니. 내가 앞에서 왜 내 장례식에 올 사람 이야기를 했는지 알겠지. 내가 죽은 다음에 하는 장례식 무슨 소용인가.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쓸쓸하겠지.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아니 죽은 다음엔 쓸쓸함 따위 느끼지 않겠다. 다행이다.

 

 사람은 저마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겠지. 성희와 일곱 사람, 혜주 수영 지애 예리 태리 소정 그리고 아름 이야기기도 하다. 일곱 사람은 성희를 만나서 사는 게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성희는 좋은 어른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될까. 어쩌면 성희도 자신이 어른이다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성희는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한 걸 거다. 좋은 어른은 자신이 그렇게 여기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그렇게 보는 게 아닐까. 한사람은 여러 사람과 이어지기도 했다. 조카뿐 아니라 성희도 조카가 있어서 좋았겠다. 진짜 이모와 조카도 사이 좋게 지내기 어렵지 않나. 이제는 이런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피붙이가 아니어도 이모, 고모 조카가 되는.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성희는 편지 쓰기를 좋아한단다. 이거 하나는 나랑 비슷하구나. 나도 편지 쓰기 좋아한다. 난 친구한테만 쓴다. 성희는 자신이 쓴 걸 기억한다는데, 난 기억하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 잊고 한 말을 또 하기도 한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편지 쓰는 이야기가 많지는 않지만, 이런 말하니 편지 쓰고 싶구나. 성희가 보낸 편지 받은 사람 좋았겠지. 조카뿐 아니라 애인도. 그랬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내가 쓰는 편지가 그러기를 바라설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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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Aslan

    너무 산뜻한 표지. 좋은 느낌의 소설집이군요!!

    2023.03.19 16:1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ne518


      느낌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진짜 식구는 아니어도 이렇게 이어지는 사람도 있겠지요


      희선

      2023.03.30 03:03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고모보다는 이모과 더욱 친근감 있게 느끼지기는 한 것 같아요. 저도 고모보다는 이모들이랑 더욱 친하구요. 암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성희가 혈연과 세대와 상관없는 조카들과의 따뜻한 관계를 보여주는 소설 같습니다. 죽기 전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흔하지 않지만 의미있는 장례식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깐요.

    2023.03.19 18:3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ne518


      진짜 조카도 있지만, 다른 조카는 거의 상처가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아이들을 성희가 마음을 써주었습니다 그런 거 쉽지 않을 텐데... 소설이어서 그런 건 아닐 듯합니다 실제로도 이런 사람 있을 것 같아요 죽기 전에 장례를 치르는 것도 괜찮겠지요 장례식은 산 사람을 위한 거지만, 살았을 때 하면 그동안 못 본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2023.03.30 03:06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이 책 읽으면서 저도 그런 생각했어요. 죽기전에 내가 감사했던 사람들과 파티하는 것. 즐거운 마음으로 이별을 준비하는 것. 이게 굉장히 신박했어요.
    많은 사람을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죽기전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더라고요.

    2023.03.20 09:0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ne518


      죽기 전에 자신을 아는 사람한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 해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어쩐지 그때가 다가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한데, 이건 막연한 생각이군요 헤어진다 해도 즐겁게 헤어지면 마음이 좀 낫겠지요


      희선

      2023.03.3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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