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임용고시에서 떨어지고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라는 책을 읽고 많은 위로를 얻었던터라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이 도착하기 전에 1차 합격 결과가 나왔고 합격이라는 기쁨과 함께 2차 준비를 하기 시작했을 때 책이 집으로 도착했다. 지난해에는 너무 우울해서 책이 왔을 때 읽지 못했고, 이번에는 시험 준비를 하느라 빠르게 속도를 내 읽을 수 없었다. 인생은 정말 한치앞도 알 수가 없다.
어쨌든 2차 시험을 끝내고 책을 읽어보니 수험생활을 하기 이전, 어쩌면 더 그전이될지도 모를 내 과거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 책은 정신건강, 심리 최우수 도서로 선정된 적이 있고, 개인 성장부문에서도 상을 탄 이력이 있다. 그러한 수상경력은 이 책이 읽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사실을 증명하고 있으며 인증마크처럼 당당히 찍혀있다.
책은 총 7챕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큰 챕터 안에는 작은 소제목으로 구분이 되어 있어 빨리 읽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짧게 짧게 책을 끊어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작가의 의도는 이름도 생소한 ‘가속경험적 역동치료’를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가속경험적 역동치료라는 말, 그 자체는 어렵지만 작가가 설명하는 ‘변화의 삼각형’을 따라, 매뉴얼에 적힌대로 자신의 경우를 함께 적어 나가다보면 작가의 표현대로 직관적으로 그 치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 어떤면에서 이 책은 독자가 적을 공간 한 켠을 내어줌으로써, 독자와 함께 적어서 완성시켜나가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이 치료법을 접하게 된 과정, 그것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 과정을 자신의 삶에 대한 고백을 통해 이어나간다. 이후의 챕터에는 작가가 만났던 사람들의 케이스가 일종의 치료 사례처럼 함께 엮여 있어 마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책을 읽을 때 기분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었다. 새로운 치료를 소개할 때 가장 좋은 홍보는 그것을 경험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니까.
어쨌든 프로이트와 다른 점은 작가가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것이었고, 그 점이 이 책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는 학자들이 어떤 이론을 주장할 때 그것이 하늘에서 계시처럼 내려주어 무슨 예언서를 써내려가는 것같은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학자들의 삶이, 그들의 일상에서 겪은 사소하고, 크고 작은 경험들이 그들로 하여금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의 이론적 주장들을 하게끔 만든다. 그러나 우리가 이론을 접할 때 아는 것은 그들의 이름과 이론의 지루한 명칭과 설명 뿐이다. 그래서인지 직업을 여러번 바꾸고, 이혼이라는 아픔도 덤덤하게 고백해내는 작가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이론과 맞닥뜨렸고, 그것에 대한 체험 이후 타인과 나누고자 하는 그 여정 자체가 더 깊고, 이론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효과를 내는 것 같았다. 솔직히 작가의 삶이 나같은 일반인은 괴리감을 느끼는 부분들이 존재함을 부정할 순 없다. 예를 들어 ‘의사가 되기로 했다’ 이후 의대에 진학한 이야기가 나온다거나, 그만두기로 했다에서 그만두기로, 치과의사가 되기로 했다에서 치대에 진학했다는 단순한 문장사이의 과정들이 매우 쉽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의대에 진학하고 싶지만 의대에 못가고 좌절하는 이들이 많으며, 의대에 진학했다면 그만두기도 쉽지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까.
물론 이 책은 결심과 결심이 좌절되는 그 과정에서 읽으면 된다. ^^
사실 나의 경우엔... 변화의 삼각형을 굳이 그리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난 후 괜히 볼펜으로 메모를 했다는 후회가 들긴 했다.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작가가 핵심감정을 모두 경험한 후 진정한 자기를 찾은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는데 나름대로 별별 일들을 겪으며 언제부터인가 나 스스로 진정한 자기를 찾은 삶을 살고 있음을 느끼기도 했기 때문이다.
고로 이 책은 자신의 감정을 평소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무언가를 적으며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 너무 많은 감정을 느껴 혼란스러운 사람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한 번 정리하고 넘어가고 싶은 사람들, 2020년을 맞이해 무언가 새롭게 다짐하고 싶은 사람들,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단 생각이 들며 추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