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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도서]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힐러리 제이콥스 헨델 저/문희경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진 정신없는 수험생 생활은 어쩌면 내 인생에서 그나마 가장 아무런 감정없이 맞이했던 아침이었음으 부정하지 않겠다.  그 땐 눈을 뜨면 해야만 하는 것들이 떠올라 슬플 겨를이 없었고, 기쁠 겨를도 없었다. 그러나 그 이후 시험이 끝난 뒤 결과를 기다리는 초조한 시간 동안 나는 매일 아침 조금은 우울한,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키워가며 하루하루를 맞이해야 했었다.  시험을 잘친 것 같다가도, 그 때 왜 답을 고쳤을까, 왜 기억이 안났을까 후회와 안도와 때론 공포까지...그야말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시간을 보내야만 했었다. 
작년 임용고시에서 떨어지고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라는 책을 읽고 많은 위로를 얻었던터라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이 도착하기 전에 1차 합격 결과가 나왔고 합격이라는 기쁨과 함께 2차 준비를 하기 시작했을 때 책이 집으로 도착했다. 지난해에는 너무 우울해서 책이 왔을 때 읽지 못했고, 이번에는 시험 준비를 하느라 빠르게 속도를 내 읽을 수 없었다. 인생은 정말 한치앞도 알 수가 없다. 
 
어쨌든 2차 시험을 끝내고 책을 읽어보니 수험생활을 하기 이전, 어쩌면 더 그전이될지도 모를 내 과거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 책은 정신건강, 심리 최우수 도서로 선정된 적이 있고, 개인 성장부문에서도 상을 탄 이력이 있다. 그러한 수상경력은 이 책이 읽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사실을 증명하고 있으며 인증마크처럼 당당히 찍혀있다. 


책은 총 7챕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큰 챕터 안에는 작은 소제목으로 구분이 되어 있어 빨리 읽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짧게 짧게 책을 끊어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작가의 의도는 이름도 생소한 ‘가속경험적 역동치료’를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가속경험적 역동치료라는 말, 그 자체는 어렵지만 작가가 설명하는 ‘변화의 삼각형’을 따라, 매뉴얼에 적힌대로 자신의 경우를 함께 적어 나가다보면 작가의 표현대로 직관적으로 그 치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 어떤면에서 이 책은 독자가 적을 공간 한 켠을 내어줌으로써, 독자와 함께 적어서 완성시켜나가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이 치료법을 접하게 된 과정, 그것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 과정을 자신의 삶에 대한 고백을 통해 이어나간다. 이후의 챕터에는 작가가 만났던 사람들의 케이스가 일종의 치료 사례처럼 함께 엮여 있어 마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책을 읽을 때 기분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었다. 새로운 치료를 소개할 때 가장 좋은 홍보는 그것을 경험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니까. 

어쨌든 프로이트와 다른 점은 작가가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것이었고, 그 점이 이 책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는 학자들이 어떤 이론을 주장할 때 그것이 하늘에서 계시처럼 내려주어 무슨 예언서를 써내려가는 것같은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학자들의 삶이, 그들의 일상에서 겪은 사소하고, 크고 작은 경험들이 그들로 하여금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의 이론적 주장들을 하게끔 만든다. 그러나 우리가 이론을 접할 때 아는 것은 그들의 이름과 이론의 지루한 명칭과 설명 뿐이다.  그래서인지 직업을 여러번 바꾸고, 이혼이라는 아픔도 덤덤하게 고백해내는 작가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이론과 맞닥뜨렸고, 그것에 대한 체험 이후 타인과 나누고자 하는 그 여정 자체가 더 깊고, 이론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효과를 내는 것 같았다. 솔직히 작가의 삶이 나같은 일반인은 괴리감을 느끼는 부분들이 존재함을 부정할 순 없다. 예를 들어 ‘의사가 되기로 했다’ 이후 의대에 진학한 이야기가 나온다거나, 그만두기로 했다에서 그만두기로, 치과의사가 되기로 했다에서 치대에 진학했다는 단순한 문장사이의 과정들이 매우 쉽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의대에 진학하고 싶지만 의대에 못가고 좌절하는 이들이 많으며, 의대에 진학했다면 그만두기도 쉽지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까. 
물론 이 책은 결심과 결심이 좌절되는 그 과정에서 읽으면 된다.  ^^



이 책에서 설명하는 변화의 삼각형은 핵심감정-억제감정-방어의 꼭지점으로 이루어져있다. 감정은 신체적 현상이며 인지과정을 앞선다고 작가는 생각한다. 사실 나는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감정과 정서, 감각과 인지의 순서를 뚜렷이 구분하는 것이 아직도 어렵다. 그래서 읽는 사람들에 따라 감정과 감각을 구분해서 적는 부분에 멈칫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또한 작가의 말대로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느끼는 것인지 모호하고 명료하지 않기 때문에 진짜 느끼고 있는 핵심감정과 그것을 억누르는 방어또한 스스로 구분해내는데 사람에 따라 오랜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심리학에서 치료의 시작은 문제를 명료화하는데 있다고 본다. 원인을 정확히 밝혀야 그것에 따른 방도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어디에나 통하는 이치이지만 그것이 나의 감정, 정서적 문제에 적용되면 모두가 띵-하는 순간을 겪기 마련이니까.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한숨고르는데 이르는 것 같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실 나의 경우엔... 변화의 삼각형을 굳이 그리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난 후 괜히 볼펜으로 메모를 했다는 후회가 들긴 했다.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작가가  핵심감정을 모두 경험한 후 진정한 자기를 찾은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는데 나름대로 별별 일들을 겪으며 언제부터인가 나 스스로 진정한 자기를 찾은 삶을 살고 있음을 느끼기도 했기 때문이다. 
고로 이 책은 자신의 감정을 평소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무언가를 적으며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 너무 많은 감정을 느껴 혼란스러운 사람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한 번 정리하고 넘어가고 싶은 사람들, 2020년을 맞이해 무언가 새롭게 다짐하고 싶은 사람들,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단 생각이 들며 추천하고자 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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