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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도서]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저/김선욱 감수/김명철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2018628일 한겨레신문에는 항일운동가 짓밟던 김택일과 김구 암살 배후범 김창룡 등 국립묘지에 묻힌 친일파가 예순세명이고 독립운동가는 동네공원에 묻혀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최근에 읽은 소식 중 가장 열 받은 사건은 여자들에게 몰카를 들이댔던 남자가 휴대폰에 찍힌 게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기사다. 용기를 내 미투를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서, 대법원장이 특정 사건의 판결을 내리면서 박근혜 정부와 거래를 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도대체 우리나라에 정의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인가? 내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타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생각과 맞다고 해서 정의이고, 내 생각과 다르면 불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마이클 샐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읽은 이유는 정의(正義)를 정의(定意) 내리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1832년 여든 넷의 나이로 사망한 벤담은 스스로를 도덕과 입법에서 최대 행복 체계를 만든 사람이라고 자랑했다. 벤담의 공리주의는 쾌락의 총량이 고통의 총량보다 많게 하라는 대원칙에 충실하여 소수보다는 다수, 과정이 아니라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수보다는 다수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공리주의는 법을 제정하거나 정책을 수립할 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대기업을 지원했던 정부는 낙수효과로 인해 중소기업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이익이 되리라고 주장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려는 정부도 소비를 촉진시키면 대기업이나 상공인들에게 이익이 될 거라는 분수효과를 말한다. 소수에게 지원하지만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공리주의의 원칙으로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인간에게 있는 기본권인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공리주의를 공격한다. 그들은 국가가 계약 이행을 촉구하고,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고, 평화 유지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래를 하는 둘이 계약을 했다면 장기 거래건, 매춘이건, 대리 출산이건 정당하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소득이나 부를 재분배하는 것에도 반대한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어떤 것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의 주장은 자본이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다.

 

칸트부터 존 롤스에 이르는 근대 철학자들은 우리의 권리를 규정하는 정의의 원칙은 무엇이 미덕이며 최선의 삶의 방식인가에 대한 주관적 견해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의로운 사회라면 개인이 각자 생각하는 좋은 삶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p.28) 그래서 이들도 폭넓게 자유주의자라고 볼 수 있다.

 

칸트는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능력 덕에 인간의 삶은 특별한 존엄성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칸트가 주장하는 자유는 자유지상주의자들이 말하는 자유와 전혀 다르다. 그는 자율적인 행동이란 도덕적인 행동 즉 정언 명령에 따른 행동과 동일한 개념으로 본다.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존재이고 그 이유는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능력 덕분이라는 것이다. 자연법칙이 아닌 스스로 부여한 법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이성을 지닌 존재이므로 섹스나 거짓말, 정치에 도덕을 강조한다. 칸트가 말하는 도덕은 동서고금을 초월하여 보편적으로 통용 가능한 도덕이다. 선한 의지가 선한 까닭은 그것이 어떤 효과나 결과를 낳기 때문이 아니다. 옳은 행동이기 때문에 옳은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거짓말은 그 자체로 나쁘기 때문에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하면 안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존 롤스는 평등을 강조한다. 칸트처럼 깐깐하게 굴지 않아서 그의 주장대로 해볼만하다고 생각된다. 그는 언론 및 종교의 자유 같은 기본 자유가 모든 시민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며, 사회적 경제적 배분은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경우에 허용되야 한다고 말한다. 자율과 호혜라는 두 가지 이상의 실현이 가능하다면 계약도 도덕적 효력을 갖는다. 만약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백지 상태의 사람들이라면 가장 어려운 사람을 위한 분배, 자율, 호혜를 충족하는 법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평등한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주장하는 요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을 주는 것이 정의라고 가르친다.~ 그는 어떤 삶의 방식이 바람직한 것인지 심사숙고하지 않고서는 무엇이 정의로운 법인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이란 좋은 삶을 묻는 질문에 중립적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p.27)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인간은 언어능력과 도덕적 사유 능력이 본질이다. 이런 능력은 정치에 참여해야 발현될 수 있다. 정치의 목적은 시민의 미덕을 키우는 것이며, 그 미덕은 무엇보다 실천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주장하는 시민의 미덕은 공동선을 고민하고, 판단력을 기르며, 시민 자치에 참여하고,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보살피게 하는 것이다.

 

저자인 마이클 샐던의 주장은 마지막 장에서 기술된다. 그는 공리주의와 자유주의자들이 갖고 있는 한계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던 학자들의 주장을 알려준다. 아테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본질이 뜬금없이 나온 사실에 주목하자. 정의에 관한 논쟁은 필연적으로 영예, 미덕, 좋은 삶의 본질에 관한 논쟁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정의는 영광과 미덕, 자부심과 인정에 관해 경쟁하는 여러 개념과 관련되어 있다고 하면서 정의는 올바른 분배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이기도 하단다. 방점은 분배가 아니라 가치에 찍혀 있다. 정치가 도덕문제를 다루지 않고 중립을 추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인정하고 시민의식, 희생, 봉사, 연대 같은 공동체에 헌신하는 공동선의 정치를 펴자고 주장한다.

 

이 책의 목적은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알려주는 정치 사상사를 다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정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립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도록 만들어, 자신이 무엇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도록 하는 데 있다(p.55)고 저자는 말한다. 법의 목적은 정의실현이고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여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의롭지 못한 상황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신문 기사를 보면서 우리나라 법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법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술 마시면 형량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범죄자를 위해서 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법을 만들 때 남자들이, 가진 자들이 자신들을 이익을 위해서 만든 게 아닌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정황이다. 우리나라가 정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좋은 법을 만들고 나쁜 법은 고쳐나가야 할 것 같다. 그럴려면 입법 권한이 있는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겠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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