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해 아니 원래 늘상 이 즈음에 하는 인사이동이었다.
다만 입때껏 해온 인사와 다른 점은 내가 그 인사이동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회오리에 들어가있음이 달랐던 것 뿐이지.
매년 그렇게 해묵은 사람들이 떠난 자리는 새로운 사람이 채우곤 한다.
마치 바다의 밀물과 썰물 같이 물이 바뀌면서 그 안에 내가있었다.
3년 4개월 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동안에 나는 망부석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떠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말이다.
어쩌면 변화가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절묘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거나.
어떤 이유가 됐던 간에 난 떠난다.
새로운 환경과 일이 기다리는 곳으로.
3년여 간의 자취생활도 마무리하고 이젠 부모님과 같이 살게 됐는데 이유는 결혼 전에 부모님과 보다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어서 이기도 하지만 현질적인 면에서 매날 빠져나가는 월세가 너무 아까웠다.
관리비 포함 30만원이라는 금액이 매달 사라지는게 너무도 싫었으나 집과 직장이 멀다는 이유로 울지 않으며 겨자를 먹으며 지내왔다.
자취를 하는 동안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 둘씩 사다보니 집 한켠에 켜켜이 쌓인 먼지처럼 차곡차곡 집안을 채워나갔고 이사를 하자니 가져가야 할지 버려야 할 지 고민이 되는 물건들이 더러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예전에 살전 집에서 어디선가 주워와 잘 쓰던 의자가 있는데 버리자니 폐기물 비용이 너무나 아깝고 가져가자니 짐만 될 것 같아 고민하던 찰나에 '당신 근처의 마켓' 당근마켓이 떠올랐다.
'옳거니! 이거 당근마켓에 올려서 팔면 이사짐도 덜고 돈도벌고 완전 이득이겠다' 싶어서 빠른 거래를 위해 5,000원에 올렸다.
그랬더니 금방 사겠다는 연락이 왔고 물건을 올린지 30분이 채 되기 전에 직거래로 현금 5,000원을 받으며 거래가 완료됐다.
내돈 주고 산 물건은 아니지만 잘 쓰고 이렇게 보내니 시원섭섭한 감정이 들었다.
너도 새주인 만나서 잘 지내길 바란다.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고 떠났으니 역할 200% 수행 했구나.
나도 새로운 사람들과 잘 지내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