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1962

[도서] 1962

마이클 돕스 저/박수민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대에 세계가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보는 관점마다, 경험의 폭과 깊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가장 유력한 순간으로 꼽을 수 있는 게 바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다. 그 시기 한반도는 위기가 일상이었으므로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위기의 순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나중에도 그에 대한 관심이 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 정말 명령 하나만 내리면 되는 상황이었다. 미군이 쿠바 아바나를 공습하고, 쿠바는 관타나모 기지를 공격하고, 뉴욕을 향해 핵무기를 발사하고, 미국도 소련을 향해 핵무기를 발사하는 연쇄적인 공격이 이뤄지기 직전까지 갔었다. 그래서 마이클 돕스는 냉전 3부작 중 냉전의 시작으로는 1945, 냉전의 종식으로 1991년을 다루었다면 냉전의 최고조기로는 1962년을 잡은 것이다. “0 1분 전(One Minute to Midnight)”이라는 원제 자체가 그 아찔했던 위기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 아찔했던 13일 간의 전개 과정을 마이클 돕스는 마치 영화 장면처럼 한 순간 한 순간, 시간별로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소련, 쿠바의 최고 권력 기관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 권력 기관과 군의 인물들이 펼치는 드라마틱한 장면들은 어떻게 위기가 고조되고, 결국은 어떻게 해소되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미군 비행기 한 대가 전혀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항로를 잃어버리며 소련 영공으로 침입하게 된 것과 같이 각국의 지도자들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작은 실수가 위기를 극한까지 이르게 하는 장면들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역사가 인간의 의도한 대로만 전개되지 않을 뿐더러 예기치 않은 작은 사건들로 역사의 물결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아니 그게 오히려 역사의 법칙 같은 것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나 마이클 돕스는 바로 그 시기에 미국과 소련의 지도자가 케네디와 흐루쇼프였다는 데 매우 크게 평가하고 있다. 케네디의 경우 신화처럼 알려진 것과는 다른 인물일 수도 있지만 흐루쇼프와 함께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인물이었다는 게 마이클 돕스의 평가다. 비록 케네디에 대한 여러 면에서 비판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품성 면에서만큼은 훌륭한 인물이었고, 바로 그였기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사실 이 시게에 관한 책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그런 위기가 한번도에서는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여기의 과정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전쟁을 막고 평화의 길로 가기 위한 용기가 과연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위기를 격화시킬 수도 있지만, 그러한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면서(인정하면서) 분명한 목적으로 가지고 통제하려는 의지가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