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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탄생

[도서] 이야기의 탄생

윌 스토 저/문희경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이런 비슷한 책을 보면 주로 과학적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문학 작품을 끌어들이는 것들이다. 적어도 내가 접한 책들은 그랬다. 그런데 이 책은 문학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이해되는지를 과학, 특히 뇌과학, 심리학에 바탕을 두고 파고드는 책이다. 그리고 또 차별적인 것은 독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과학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작가의 관점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갈 것인지를 결정하고 응용하는 데 과학의 성과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원제도 “The Science of Storytelling”, 스토리텔링의 과학이다.

 

윌 스토는 모든 것이 이야기라고 한다. 세계는 있는 그대로 이해되는 게 아니라 우리 뇌 속에서 다시 개편되고 조합되는 만들어진 세계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는 인간의 조건을 탐구하는데, 우리가 이야기 속의 인물에 호기심을 갖게 되는 것은, 그 인물이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함 있는 인물은 갈등한다. 갈등하면서 외부 세계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가담하여 치열하게 싸운다. 그것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런 질문이 없다면 이야기의 가치는 사라지고 만다. 그런 결함 있는, 매력적인 인물과 극적인 질문은 잘 짜여진 플롯과 결말이 변화를 이끌어내는 공감의 순간을 만들어내면서 훌륭한 이야기가 된다. 그는 다른 사람의 글을 빌어 이야기야말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했고, 때문에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야기는 위안을 준다. 나만 갈등하고,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만 음침한 생각을 하며, 씁쓸히 과거를 되내고, 타인에 대해 증오하며, 죄의식에 몸부림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힘이 있다.

 

사실 뇌과학의 힘을 빌지 않더라도 이야기가 문명의 조건이며, 또 그 결말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뇌과학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하지 않더라도 이야기가 사람들 마음 속으로 파고드는 기제에 대해 추측하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을 통했을 때 더 생생하고, 더 매력적인 이야기를 구축해낼 수 있다는 윌 스토의 접근 방식은 가치가 있다.

 

이 책에서 더 반가웠던 것은, 이미 읽고 감동을 받았던 책들이 주요 텍스트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 이언 매큐언의 체실 비치에서와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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