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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TP 2021 올해의 과학도서
○ 강력의 탄생
김현철 저?계단
20세기 초에 발견한 원자핵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한 것을 설명하려면 새로운 힘, 중력과 전자기력보다 훨씬 더 강한 힘, 강력이 필요했다. 형광판에서 번쩍이는 섬광을 맨 눈으로 세고, 다음에는 안개 상자와 사진 건판의 자취에서 원자보다 작은 입자가 지나간 자리를 보았다. 유카와가 1935년에 강력을 매개하는 입자의 존재를 예언했고, 이 입자가 1947년에 실험적으로 확인되었다. 유럽에서 양자역학을 연구하고 1928년에 일본으로 돌아와서 코펜하겐의 닐스보어 연구소에서 하던 대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실험과 이론 사이에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 니시나 덕에 일본에서 유럽, 미국보다 먼저 이론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 책은 1895~1947년 동안 강력을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고원용((주)유피케미칼, 이학박사)
○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앨런 스턴 저?김승욱 역?푸른숲
과학의 발전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 그것은 가끔은 수 톤의 피치블렌드를 젓는 끔찍한 육체 노동 끝에 얻은 극미량의 라듐과 함께 오기도 하고, 가끔은 수십년간의 좌절, 변화의 시기를 살아남는 운과 노력, 예산의 확보와 조직을 운영하는 정치적 수완, 그리고 그 모든 과정속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으로 오기도 한다. 이 책은 꿈이 계획이 되고, 계획이 현실이 되는 험난한 과정에 대한 보고서이며, 작은 행성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았던 과학자들이 삶을 바쳐 써 내려간 사랑의 기록이다. 2015년 7월 뉴호라이즌스가 촬영한 명왕성은 작은 하트가 찍힌 사진으로 우리의 늦은 도착을 반기는 따뜻한 마음을 열어주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하트의 의미가, 우주를 바라본다는 일이, 꿈을 가진다는 것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최진영(과학과사람들 대표)
○ 마법에서 과학으로: 자석과 스핀트로닉스
김갑진 저?이음
잘 알아야 설명도 잘한다. 저자의 대중강연을 듣고 말솜씨에 반한 나는, 이제 그의 글솜씨에도 반했다. 왜 자석에는 N극과 S극이 있는 지 묻고 답하며 전자기학의 역사와 원자 구조를 아울러 설명하고, 이어서 왜 자석의 같은 극은 서로 밀어내는지, 그리고 스핀은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설명해간다. 어렵다고 다른 저자가 지레 겁먹어 생략하는 내용도 책의 저자는 피하지 않는다. 전류가 흐르는 도선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특수상대론의 거리수축 때문이며, 스핀 사이의 교환 상호 작용이 전자의 파동함수의 중첩 때문이라는 것을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다니! 고대 그리스 마그네시아에서 최첨단 스핀트로닉스 물리학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친절히 물리학의 여정을 안내하는, 깊게 알아서 넓게 설명할 수 있는 저자의 멋진 책이다.
김범준(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선정위원장)
○ 빛의 핵심
고재현 저?사이언스북스
고재현 교수가 SNS에 간혹 올리는 멋진 하늘 사진에 줄곧 감탄했던 내가 오래 기다려온, 빛에 관련한 물리학을 다룬 역작이다. 책에서 넘나드는 주제가 정말 다양하다. 사람 눈의 시각인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 백열등과 형광등은 어떻게 작동하는 지, 해변 편광 선글라스는 어떤 원리인지, 하늘은 파랗고 바다도 파란데, 노을은 왜 붉은 지, 빛에 관한 넓고 깊은 얘기가 이어진다. LCD, LED, OLED, QLED의 의미와 작동원리에 대한 설명도 좋았다. 다음 TV로 어떤 것을 고를지 고민인 사람은 꼭 읽어보시길. 꼼꼼히 직접 찾아보고 검토한 다음에야 책에 그 내용을 소개한 저자의 성실성이 돋보이는, 믿고 읽을 과학책이다. “빛의 핵심”을 넓게 설명한, 우리말 과학책의 탄생을 축하한다. 빛을 통해 바라본 세상의 아름다움이 궁금한 모두가 함께 읽을 책이다.
김범준(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선정위원장)
○ 사이언스 고즈 온
문성실 저?알마
나에게 존경하는 스승이 있었던가? 우리에게 여성과학자의 롤모델이 있었던가? “나에겐 별로 없다.”는 당당하고 솔직한 고백부터 마음이 이끌리는 책이다.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의 여성과학자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문성실은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녀는 평범한 실험실 생활이라고 말하지만 무엇 하나 중요치 않은 것이 없다. ‘나의 과학’, ‘내 청춘의 실험실’이며, 혼자 할 수 없는 과학, 꼭 필요한 과학, 자신이 사랑하는 과학이다. 작디 작은 바이러스와 백신 연구는 전염병의 위협 앞에서 서로를 지키는 공동체 의식과 인류애라는 대의를 품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연구자의 삶과 에세이가 더욱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정인경(과학저술가)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김은진 저?생각의힘
예술의 세계가 넓고 깊다고 하지만 미술품 보존의 세계 또한 넓고 깊다. 이 책은 신생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보존과학 100년 발자취를 정갈한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 복원과 보존의 관점이 변화하고, 보존가와 보존과학자의 역할이 나누어지는 지점이 흥미롭다. 지은이 김은진은 국내에서 흔치 않은 보존가의 길을 걸으며 과학책의 지평을 넓혀놓았다. 그녀의 책은 미술과 과학의 영역을 가로지르면서 보존과학이 창조한, 또다른 신비로운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예술품에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 어떤 철학적 관점과 첨단 과학기술 장비로 거둬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은 후엔 눈길이 닿지 않았던 그림의 액자, 먼지, 빛바램, 균열, 얼룩조차 예사롭지 않게 보일 것이다.
정인경(과학저술가)
○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존 돈반, 캐런주커 저?강병철 역?꿈꿀자유
최근 몇 년간 자폐는 미디어가 발견해 낸 매력적인 신대륙 취급을 받아왔다. 이 책은 미지와 오해의 영역인 자폐라는 질병을 우리가 어떻게 대해왔고,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에 대한 폭넓은 리포트이다. 잘 만든 다큐멘터리 한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은 긴 연대기를 훑으면서 생생한 사건들 속에서 찾은 영웅과 악당들, 탐욕과 권력과 배신과 반전의 드라마틱한 순간들을 포착해내고 있다. 이 책은 상당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보장할 수 있는 독서의 쾌감을 주는 동시에, 읽는 사람들에게 자폐 스펙트럼이 인류가 지속해 온 오해와 차별을 없애는 무기로서의 과학을 발견하게 하고, 우리가 차이를 탐구하고 소통을 확대하면서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확장해왔다는 진리를 가슴 뿌듯하게 확인하게 해준다.
최진영(과학과사람들 대표)
○ 작은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 셀드레이크 저?김은영 역?아날로그(글담)
세상에는 우리를 완벽히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주면서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세상의 해상도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종류의 책들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멀린 샐드레이크는 매우 적극적이고 활기 넘치는 안내자로 균류라는 새로운 세계를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수많은 질문들이 피어나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균류들과 공생할 수 있을까? 인류가 모두 사라지고 나면 지구는 균류들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어떤 질문들은 과학자에 의해, 어떤 질문은 예술가들에 의해 더 넓게 뻗어가겠지만,설령 당신이 굉장한 질문을 얻지 못하더라도, 책을 읽은 후에 버섯을 보면 그 위에 광활하게 펼쳐진 균류 네트워크의 소근소근한 속삭임을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최진영(과학과사람들 대표)
○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버지니아 헤이슨, 테리오어 저?김미선 역?뿌리와이파리
이 책은 나에게 올해의 과학도서가 아니라 인생의 책이다. 나는 포유류이며, 암컷이고, 자식을 낳은 어미이다. 이 생물학적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은 내 정체성을 깨닫는 각성의 시간이었다. 암컷 포유류가 우연히 인간이라면, 유색인종 여성이라면? 나는 행운과 불운의 교차점에 서 있었다. ‘여성은 사회적 포유류’라는 과학적 사실은 남은 내 인생에 자부심을 새겨놓았고, 동시에 서구, 백인, 남성 지식인이 만들어놓은 젠더편향적 언어가 연구자의 삶을 옥죄고 있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나와 같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탈 것이다. 포유류 암컷의 번식 능력에 감탄사를 터트리다가, 지금껏 교과서에 배운 생물학 지식에 회의와 배신감이 들 것이다. 이제 과학계도 다양성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젠더중립적으로 변화할 때가 되었다.
정인경(과학저술가)
○ 화학연대기
장홍제 저?EBS BOOKS
귀한 책을 만났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화학 책은 드물다. 게다가 한국인 저자가 쓴 책이다. 물질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내려던 몇천년의 노력과 지식에서 지금의 화학이 나왔다. 화학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저자를 따라 원소의 탄생부터 화학의 모든 이정표를 거쳐 가장 최근의 나노화학이 촉매, 의약 치료, 에너지 분야에 응용되는 것까지 화학의 역사를 따라가 보자. 화학 물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지식을 얻을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저자가 서문에서 바란 것처럼 누군가 이 책을 읽고 한 명의 전문 화학자가 되거나 화학을 취미로 즐기는 일이 일어날지. 그런 화학자가 햇빛으로 전기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을 만들지.
고원용((주)유피케미칼,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