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본을 알아야 할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가까이 위치하면서 우리에게 아픔을 준 나라이면서, 지금도 가장 큰 영향을 주고받는 국가 중 하나가 일본이다. 무시할 수도 없으며, 무시해서도 안 되는 나라다.
일본에 대한 태도는 다양하다. 한 극단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나라라는 태도가 있고, 또 다른 쪽에는 철저히 배격해야만 하는 나라라는 태도가 있다. 그런 태도에도 다 이유가 있다. 우리보다 먼저 근대화를 이루었고, 또 어마어마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라는 점, 그런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기여한 성실함 등등이 한 극단의 태도의 이유일 테고, 한반도를 강제 점령했던 역사, 이후에도 그에 대한 분명한 사죄의 의사를 가지지 않고 있는 나라라는 점은 반대쪽 극단의 태도의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극단의 생각을 가지고 있든, 그 사이 어디쯤엔가 일본에 대한 태도를 가지고 있든 일본은 알아야 할 나라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떠받들거나 혹은 무조건 배격하는 하는 태도는 억지일 뿐이다. 배우기 위해서라도, 혹은 이기기 위해서라도 알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몇 년 전부터 일본에 대해 관심이 더 생겼다. 어쨌든 연관이 생겨버린 나라가 되었고, 또 자주 가고 왔다(물론 최근 2년 동안은 그러지 못했지만). 그래서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도 좀 공부했다. 아직도 모자라긴 하지만 일본인들의 정신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조금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감 잡은 일본인들의 정신세계는 대체로 추상적인 것이고, 실제로 어떻게 표출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읽은 바가 없다. 몇 차례 방문하여 겪은 바로 깨닫고 짐작하는 바가 전부인 셈이다.
조재면의 《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는 그런 일본이라는 국가와 일본인들이 생각과 삶이 어떻게 표출되는지, 그리고 그 바탕에는 무엇일 깔려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법, 정치?경제, 사회, 문화로 나누고, 다시 그것들을 중요한 키워드를 통해서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일본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생각을 갖는지, 무엇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여기서 보여주는 일본의 모습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면도 없지 않지만(천황의 존재부터 앞세운 일본국 헌법이라든가,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 같은 거라든가, 전쟁이 끝난 후에도 필리핀 숲에서 혼자만의 전쟁을 벌인 오노다 히로 같은 이라든가), 대체로는 어느 사회나 갖는 문제와 고민 들을 일본도 가지고 있으며, 그것들을 우리보다 먼저 겪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이 겪었거나 겪고 있는 부동산의 문제, 장기불황에 따른 젊은이들의 좌절 문제, 지방 분권의 문제, 사회보장제도의 문제, 소수자에 대한 처우 문제,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의 문제 등등은 우리도 겪고 있으며, 앞으로 더 심각해질 문제이다. 그래서 더욱 일본이 어떤 식으로 이에 대처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는 사안들이다. 일본의 시행착오를 우리는 최소화하기 위해서, 그들이 성공적으로 대처한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실정에 맞고 잘 들여오기 위해서 말이다. 일본의 것을 무조간 본받거나 배격할 필요가 없는 것은 이런 실질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피상적으로나마 겪은 일본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나라였다(주로 행정적인 문제에서).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훨씬 잘 이해가 될지 모른다. 좋은 점도 더 잘 보일 것이고, 그렇지 않은 면도 그 이유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좋거나, 나쁘거나 하는 가치 판단을 하지 않고도 일본을 들여다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일본은 알아야 하는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