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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시리즈는 다른 히어로물과는 다르다. 배트맨은 영화 내내 한 번도 웃지 않는, 음울한 영웅이다. 어린 시절 눈앞에서 부모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이후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쩌면 연약한 심성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고담의 악()을 못 견디며 악당들을 두들겨 패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선()이라고도 할 수 없다.

 

<더 배트맨>에서 배트맨, 즉 브루스 웨인은 시장 선거를 앞두고 리들러라는 복면의 인물에 의해 시장과 경찰총장, 검사가 차례로 살해되는 사건을 추적한다. 그런데 사건들의 증거는 배트맨을 향한 메시지였다. 그리고 브루스 웨인은 자신이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과 아버지의 평판이 거짓된 토대에 서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스스로 정의의 사도로 생각했던 자신이 부패의 한쪽 끝을 잡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어떤 느낌일까?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당하는 느낌이지 않을까?

 

그렇게 <더 배트맨>에서 영웅은 자신을 의심하고, 악당은 자신에 대해 확신한다. 이 영화에서도 배트맨은 경찰들로부터 의심받고, 배격된다. 악당 리들러는 적지 않은 이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고담시의 부유층(적어도 중산층 이상)을 공격하는 총을 들게 한다. 물론 배트맨은 결국 악당 쳐부수기에 나서고, 오락 영화라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웅의 의심과 악당의 확신은 오락 영화 이상의 것을 전달한다. 복수만으로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는, 의심하는 영웅은 우리의 영웅이 되지 못한다. 언제나 거리를 두고서 고뇌하는 영웅은 결코 스파이더맨처럼 우리들의 친구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몇몇 평에서 악당(요새는 빌런이라고 하던가)이 좀 약하다는 점을 <더 배트맨>의 약점으로 지적하는 걸 봤다. 그런데 악당이 강력하다는 것만이 배트맨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아니다. 배트맨은 아직 초보이며, 그래서 배트맨이 감당할 수 있을만한 악당을 내세웠다고 보인다. 악당이 너무 세면, 그런데도 배트맨이 이겨버리면 배트맨은 이미 완성된 존재다. <더 배트맨>의 새로운 시리즈의 첫 편으로 앞으로 배트맨의 성장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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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이하라

    영화 리뷰를 정말 매력적으로 쓰셨네요. 더 배트맨 개봉한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개봉하는 날이 언제인지는 몰랐습니다. 자기 의심과 자기 확신이 영웅과 빌런에게서 역설적인 양상을 띠는 영화라 더 이 시대다운 설정인 것 같습니다. 꼭 봐야 할 것 같은 기대를 안게 만드셨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ena님^^

    2022.04.03 23:3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ena

      영화는 개봉한 지 꽤 되어서 거의 끝물인 것 같더군요. 그래도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4.0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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