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없는 미적 감각을 지니고 있지만 색(色)에 대한 관심은 많다. 그래서 색을 다룬 책을 좀 읽었다. 미셸 파스투로의 색에 관한 여러 책들(『우리 기억 속의 색』, 『파랑의 역사』, 『미셸 파스투로의 색의 비밀』, 『빨강의 역사』)과 함께 존 하비의 『이토록 황홀한 블랙』, 스파이크 버클로의 『빨강의 문화사』, 데이비드 스콧 카스탄과 스티븐 파딩의 『온 컬러』,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의 『컬러의 말』와 같은 책들이 그것이다. 보면 알 수 있지만 색의 사용이라든가 하는 데 대한 관심이 아니라 색이 가지는 상징과 역사에 관한 책들이다. 색은 우리가 사물을 인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므로 색은 무궁무진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런 데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밥 햄블리의 『컬러愛 물들다』는 그런 색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상징, 그리고 에피소드를 아주 산뜻하게 정리하고 있는 책이다. 이발소 회전간판의 색이 갖는 의미(요샌 그런 걸 잘 볼 수 없긴 하지만)라든가, 색들이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한 얘기들이라든가(이를테면 색의 사용에 의도가 배어 있다는), 붉은색을 얻기 위해 무수히 희생된 연지벌레 등에 관한 얘기, 미라를 갈아 색을 만든 얘기들은 종종 읽었던 얘기들이지만 보다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컨테이너마다 다른 색의 의미, 공사장에서의 역할에 따른 다른 색의 안전모, 기발한 자동차의 이름, 경마 기수복의 화려함의 이유 등은 처음 알게 된 것들이다.
다시 얘기하지만 이와 같이 다채로운 얘기들은 우리가 색과 절대 떨어져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생긴다. 하나의 색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니며, 같은 명칭으로 불리는 색이라고 하더라도 짙음의 정도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쓰임새를 지니는 것도 바로 자연 속에서 끊임없이 색을 접하고 그것에 영향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색의 효과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논란이 있는 것도 색이 정말로 미묘하다는 얘기이다.
밥 햄블리는 그렇게 색이 이야기하고 있는 미묘한 의미를 다채롭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