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케츠
발진티푸스는 이(lice)에 의해 매개된다. 이 사실을 알아낸 것은 프랑스의 샤를-쥘-앙리 니콜(Charles Jules Henri Nicolle, 1866 ? 1936) )이었다. 이 공로로 그는 192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발진티푸스 환자가 병원 안팎에서 다른 환자를 감염시킬 수 있고, 또 환자의 옷만으로도 질병을 퍼뜨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반해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거나 옷을 갈아입으면 더 이상 전염되지 않는 것을 보고 이가 발진티푸스의 매개체일 것으로 추론했다. 니콜은 사람 대신 침팬지를 이용해서 이를 증명했다. 1909년 침팬지에게 발진티푸스를 감염시키고, 이를 회수한 후 다시 건강한 침팬지에 이를 옮겼다. 열흘이 되지 않아 건강했던 침팬지도 발진티푸스를 앓았다. 니콜은 이와 같은 실험은 여러 차례 반복하였고, 기니피그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똑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와 같은 니콜의 발견은 발진티푸스의 발병과 전파를 억제하는 데 이를 집중적인 타겟으로 삼아 면도와 의복 소각 같은 위생 기준을 정할 수 있게 하여 공중 보건의 측면에서 커다란 공헌을 하게 되었고 수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샤를 니콜
하지만 니콜은 발진티푸스의 병원체에 대해서도 몰랐다. 발진티푸스는 리케차 프로바제키(Rickettsia prowazekii)라고 하는 세균이 병원체인데, 이 리케차라고 하는 세균은 이에 기생하며 이의 배설물에 섞여 나와서 사람의 몸으로 전달되어 병을 일으킨다. 이 세균을 발견한 사람은 브라질의 엔히키 다 로샤-리마(Henrique da Rocha Lima, 1879-1956)였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세균의 이름을 바로 발진티푸스를 연구하다 죽은 두 명의 연구자의 이름으로 짓는다. 바로 하워드 리케츠(Howard Taylor Ricketts, 1871-1910)과 자신의 친구이자 동료 연구자였던 스태니슬라우스 폰 프로바제크(Stanislaus von Prowazek, 1875-1915)다.
국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나 노스웨스턴 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온 하워드 리케츠가 처음 연구한 것은 Blastomyces라고 하는 병원성 곰팡이였다. 파리의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잠시 연구하며 실험 기법을 익히고 미생물학 이론을 갖춘 후 시카고 대학의 교수로 돌아왔는데, 여기서 로키산 홍반열(Rocky mountain spotted fever)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리케츠는 로키산 홍반열을 연구하면서 이 질병과 발진티푸스 사이의 유사성에 주목하게 되었었는데, 로키산 홍반열 역시 진드기를 매개체로 하는 감염질환이며, 나중에 리케차 속하는 세균(Rickettsia rickettsii로 속명, 종명 모두 리케츠의 이름에서 왔다)에 의해서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에서 두 질병이 유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리케츠는 1909년 시카고대학을 비롯한 여러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발진티푸스를 연구하기 위해서 멕시코로 떠나게 된다. 당시 멕시코시티는 발진티푸스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멕시코에 머무르는 동안 펜실배니아 대학 병리과 과장으로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하여 잠시 떠나기도 했지만, “그 길이 놀라운 발전으로 통하지 않는다”며 금방 멕시코로 돌아와 발진티푸스 연구를 계속하였다. 그리고 발진티푸스를 일으킨다고 믿었던 병원체를 분리하고 며칠 후 발진티푸스에 걸려 사망한다. 1910년의 일이었다.
하워드 리케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