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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제크와 로샤 리마

 

1875년 보헤미아에서 태어난 프로바제크는 세균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동물학자이자 기생충학자였다. 그는 브라질 출신의 병리학자인 로샤 리마와 함께 발진티푸스의 병원체를 발견하였다.

 

그는 프라하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했고, 빈대학에서는 동물학자인 베르톨드 하첵과 함께 물리학자이자 극단적 주관주의 철학자 에른스트 마흐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또한 면역학자 파울 에를리히와 동물학자 리차드 헤르트비히 지도 하에 연구를 수행하며 연구 경력을 쌓았다. 초기 그의 연구 업적 중에는 눈의 결막질환인 하나인 트라코마를 일으키는 트라코마 클라미디아(Chlamydia trachomatis)에서 봉입체(inclusion body)를 발견한 것이다. 1908년에는 남미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연구 활동을 했고, 1910년에는 수마트라, 사모아, 사이판 등지에서 감염병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무렵 프로바제크는 이미 세르비아와 이스탄불 등지에서 발생한 발진티푸스에 관한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전쟁 초기부터 그는 로샤 리마와 함께 러시아포로 수용소의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유행하는 발진티푸스를 어떻게 물리칠 것인지 알아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연구 도중 프로바제크와 로샤 리마 모두 발진티푸스에 걸렸다. 다행히 로샤 리마는 회복되었으나 프로바제크는 사망하고 만다. 겨우 마흔의 나이였다.

 

로사 재니케는 그의 삶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그는 끝내 결혼하지 않았고, 글을 잘 썼으며, 정확한 그림을 그렸다. 철학적으로는 이상주의자였지만, 그의 과학은 그의 모든 체력과 시간, 야망을 모두 희생시킨 삶의 중심이었다.”

 

  프로바제크

 

 

이제 끝으로 발진티푸스의 병원체를 발견하고, 자신이 발견한 세균의 학명에 그 세균에 감염되어 죽은 두 과학자의 이름을 붙인 로샤 리마에 대해 알아볼 차례다.

 

로샤 리마는 브라질 출신의 의사이자, 병리학자, 감염학자였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여 의사 자격증을 딴 후 그는 오즈와우두 크루스 연구소 설립에 참여하여 병리학 교수로 일하면서 미생물학, 면역학, 감염의학 연구를 한다. 이후 독일로 건너가 여러 기관에서 의사로서, 연구자로서 활동하는데, 1909년 프로바제크의 초대를 받아 함부르크에 있는 해양열대질병연구소(Tropeninstitut)에 합류한다. 이 연구소는 독일에 질병이 유입되는 막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었다. 로사 리마는 1927년까지 이 연구소에서 일했다. 이 시기는 그가 가장 과학적으로 생산력이 높았던 시기였다. 이곳에서 황열병에 대한 연구를 통해 황열병의 조직병리학적 특징에 대한 분석을 수행했고, 브라질에서부터 해오던 샤가스병에 대해 추가 연구도 했다.

 

앞서도 썼듯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로바제크와 함께 한 발진티푸스를 연구하다 함께 감염되었다. 프로바제크와는 달리 그는 회복되어 1916년 함부르크에서 발진티푸스의 병원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할 수 있었다.

 

로샤 리마에게 있어서 가장 큰 좌절 중 하나는 노벨상 수상 불발이지 않았을까 싶다. 1928년 스웨덴의 노벨 재단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발진티푸스의 전염과 전파되는 데 이의 역할을 밝혀낸 니콜을 수상자로 지명했다. 하지만 정작 그 병원체를 발견한 로샤 리마는 제외했고, 심지어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 노벨상 수상 선정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도 못했고, 늘 공정했던 것만은 아니라는 세간의 평가에 위안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후 로샤 리마는 폴란드에서 참호열(trech fever)을 연구하였고, 이 질병이 발진티푸스와 유사한 병원체에 의해 생긴다는 것을 보였다. 1928년 브라질로 돌아온 이후 여러 연구 기관 및 단체에서 연구와 행정을 수행했고, 다양한 사회 활동으로 존경을 받았다. 1956년 상파울루에서 사망했다. 그의 이름에서 온 세균도 있는데, 2007년 처음 발표된 Bartonella rochalimae가 그것이다.

 

리케차 자체는 세균으로서도 매우 작은 생명체다. 극단적으로 유전자가 적어 기생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세균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데는 세균 자체의 특성도 있지만,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환경과 행동 때문이었다. 이 세균의 학명을 접할 때마다 이 세균에게 희생된 과학자들을 만날 수 밖에 없다. 이 세균에는 정말 많은 목숨이 걸려 있는 것이다.

 

  로샤 리마 - 발진티푸스에 걸렸다 회복된 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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