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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를리키아, 주로 개에 감염되지만...

 

에를리키아(Erhlichia)는 발진티푸스의 원인균인 리케차(Rickettsia), 쯔쯔가무시병을 일으키는 오리렌시아(Orientia), 아나플라즈마(Anaplasma) 등과 함께 리케차목(Rickettiales)에 속하는 세균이다. 이들 세균은 모두 세포 내에서 증식하지만 서로 조금 다른 특징을 지니기도 한다. 이를테면 리케차와 오리엔시아의 경우에는 진핵세포의 원형질에서 증식하는 데 반해(리케차과, Rickettiaceae), 아나플라즈마와 에를리키아는 진핵세포의 원형질에 있는 세포막으로 되어 있는 공포(vacuole) 안에서 증식한다(아나플라즈마과, Anaplasmataceae). 이들 세균은 모두 세균치고도 모두 크기가 매우 작아서 세균을 거르는 여과지를 통과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바이러스로 오인되기도 했고, 이후에는 꽤 오랫동안 세균과 바이러스 사이에 존재하는 생명체로 취급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분명한 세균으로 분류된다.

 

단핵구 내의 에를리키아

 

에를리키아의 숙주는 주로 진드기로, 진드기에 의해 척추동물 사이에 전파되면서 에를리키아증(ehrlichiosis)이라는 인수공통 전염병의 원인이 된다. 주로 단핵구(monocytes)에 침입하기 때문에 단핵구 에를리키아증(monocytic ehrlichiosis)라고 한다.

 

에를리키아증의 매개체인 진드기

 

개의 에를리키아증은 1930년대 중반 도나티잉(Donatien)과 레스토쿠아드(Lestoquard)에 의해 아프리카에서 첫 사례가 처음 보고되었다. 하지만 1970년대까지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하다 베트남전쟁 중 독일산() 셰퍼드가 많이 감염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역시 전쟁!). 지금도 주로 Erhlichia canis에 의해 개가 감염되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는데, 미국의 경우를 보면 사람이 감염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람의 경우엔 Erhlichia canis에 의한 감염도 보고되지만 Erhlichia chaffeensisErhlichia ewingii와 같은 종에 의해 의한 감염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에를리키아라는 속명은 독일의 면역학자이자 미생물학자 파울 에를리히(Paul Erhlich, 1854?1915)를 기려 명명한 것이다. 1945년 소련의 모시코프스키(SD Moshkovski)가 러시아로 쓴 논문(초록은 영문)에서 도네이션과 레스토쿠아드가 리케차 속에 포함시켰던 세균을 빼내 새로운 속으로 만들면서 에를리히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모시코프스키를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1960년대에 WHO에 보고한 말라리아에 관한 논문이 나오는데, 이 때의 소속은 모스크바에 위치한 의학기생충학 및 열대의학 연구소((Institute of Medical Parasitology and Tropical Medicine)로 나온다. 그 외에는 에를리키아라는 속과 연관되어 이 속명을 처음 사용했다는 내용만 검색될 뿐이다. 모시코프스키가 에를리히의 이름을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다행히 모시코프스키가 에를리키아라는 이름을 지었기에 이렇게 에를리히의 삶과 업적을 알아볼 수 있게 하였지만, 에를리히는 한 세균의 학명에 이름을 남기는 걸 넘어 많은 사람이 기억할 만한, 아니 기억해야 하는 위대한 미생물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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