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혹은 호열자
콜레라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괴질(怪疾)로 불렸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다는 뜻이었다. 민간에서는 ‘쥐통’이라 불렀다. 이 질병은 발뒤꿈치 근육의 경련을 수반하는 증상을 보였는데, 사람들은 쥐에게 물려서 이런 병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쥐통이라 부른 것이다.
장티푸스를 장질부사라고 불렀던 것처럼 콜레라도 부르던 명칭이 있다. 바로 ‘호열자(虎列刺)’인데, 호랑이처럼 무섭다는 뜻도 있지만 이 질병에 대한 명칭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변형된 사연이 있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1822년 콜레라가 처음으로 유행했는데, 이후 콜레라를 음역해서 ‘고레라(コレラ)’라고 했다. 그러다 1867년 메이지 유신 이후 이를 한자로 쓰면서 ‘호열랄(虎列剌)’이 공식적으로 정착되었다. 그리고 1879년 조선에 이 말이 들어왔다. 그런데 조선에서는 이 호열랄이 호열자가 된 것이다. 신동원의 『호환 마마 천연두』에서 그 사정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조선에서는 한자 虎列剌을 조선어로 읽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剌(랄)’을 거의 비슷한 글자인 ‘刺(자)’로 읽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신조어였기 때문에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랄’보다는 ‘자’가 조선인에게는 훨씬 익숙한 글자였으며,”
이는 당시 신문의 인쇄 상태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그 이후로 한반도에서 콜레라는 호열자라 불리게 되었다. 해방 이후의 신문에서도 호열자라는 명칭이 심심찮게 보이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랫동안 사용된 셈이다.
대한제국 시기 정부와 의학교가 발행한 ‘호열랄예방주의서’ - 이때까지는 ‘刺(자)’가 아니라 ‘剌(랄)’로 적혀져 있다.
1946년 부산 일대 콜레라(호열자) 발생을 보도한 신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