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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노와 감염 지도

 

1854년 영국은 세 번째 콜레라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었다. 영국은 이미 1831년부터 콜레라라 상륙한 지역이었다. 세 번째 팬데믹 와중에도 사람들은 콜레라의 원인을 잘 몰랐다. 전파되는 양상을 보았을 때 전염성이 있다는 게 명백해 보였지만 확실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몸속에 탄소가 과다하게 축적되어 생긴다고 생각하여 침실 문을 열어놓고 자거나, 담배나 대마초를 피우고, 야채, 샐러드, 피클 등을 피하거나 하는 치료법들이 제안되기도 했다. 그런데 1854년에 영국의 의사 존 스노(John Snow, 1813?1858)가 콜레라에 관한 혁신적인 견해를 내놓고, 또 해결 방안을 제시하였다.

 

존 스노는 클로로포름이라는 마취제를 이용해 빅토리아 여왕의 출산을 돕는 등 당시에 의학계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의사였다. 그는 세 번째 콜레라 팬데믹이 영국을 덮쳤을 때 런던 남부의 발병 양상을 면밀하게 추적했다. 런던은 두 군데의 상수도 회사로부터 탬스 강의 물을 공급받고 있었지만, 1848년의 콜레라 발생 이후에 한 회사는 다른 지역의 물을 끌어와서 공급하고 있었다. 스노가 조사한 결과 1848년과는 달리 식수원을 바꾼 회사의 물을 마신 이들이 사망률이 8~9배 가량이나 낮았다. 그는 콜레라가 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스노가 그 다음으로 주목한 지역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런던의 웨스트엔드였다. 브로드 가()에 위치한 지역에서 사망자가 700명이 나오고 있었다. 스노는 목사인 헨리 화이트헤드의 도움을 받으며 브로드 가와 인근 지역의 현관문을 일일을 두드렸다. 각 집마다 사망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고, 어디에서 오는 물을 마셨는지를 조사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도에다 꼼꼼히 표시했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브로드 가 중심에 식수를 공급하는 펌프를 이용하고 있었다. 브로드 가에서 멀리 떨어진 집에서도 사망 사례가 나왔는데, 조사해 봤더니 평판이 좋은 그 펌프에서 물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던 집이었다. 그리고 450명이나 수용된 구빈원은 콜레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다른 지역보다 굉장히 적었는데 그곳은 자체적으로 이용하는 우물이 있었다. 그리고 한 양조장 역시 콜레라로 죽은 이가 없었는데, 이곳의 직원들은 밖에서 퍼온 물을 마시는 대신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마셨던 것이다. 존 스노는 확신을 갖고 당국에 펌프의 손잡이를 제거하고 사용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런던 지역의 콜레라는 잦아들었다. 이후 존 스노의 펌프 손잡이는 뉴턴의 사과나 와트의 물주전자와 마찬가지로 과학사에서 전설이 되었다. (참고로 존 스노의 이름을 딴 세균도 있다. Snowella litoralis라는 세균인데, 1988년에 명명되었다.)

 

이후에도 아시아에서 발생한 콜레라가 유럽에까지 전파되는 팬데믹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이 콜레라에 의해 희생된 유명인들도 많다. 철학자 헤겔, 군사이론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미국 11대 대통령 제임스 녹스 포크,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등이 그런 희생자들이다.

 

하수 시설과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는 등 위생 시설이 정비되면서 선진국에서는 콜레라의 유행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위생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거나 자연 재해나 전쟁 등으로 위생 상태가 악화된 경우 콜레라는 언제든지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1961년 엘 토르(El Tor) 형이라고 하는 새로운 변종 콜레라가 인도네시아에서 비롯되어 방글라데시, 인도, 중동, 북아프리카를 거쳐 1973년에는 이탈리아까지 전파되었고,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하여 수만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또한 2010년에는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에 콜레라가 발병하여 70만 명이 넘는 환자가 생기고 9,000명 이상이 사망하는 비극이 초래되기도 했다. 아직도 콜레라는 우리 곁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존 스노

 


존 스노가 제작한 브로드 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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