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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 폭군과 명군 사이

[도서] 세조, 폭군과 명군 사이

김순남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계유정난으로 권력을 잡고, 결국 2년 후 단종을 폐한 후 왕위에 오른 세조의 주변에서는 늘 피 냄새가 났다. 단지 계유년의 참극만이 아니었다. 왕위에 오른 후, 그 정통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세력이 있었고, 함께 목숨을 걸고 자신을 왕위로 올린 공신 세력들에게 둘러싸여 운신의 폭이 좁았다. 이를 타개하는 데도 역시 피냄새를 풍길 수 밖에 없었다. 반란은 물론 반란의 조짐마저 무자비하게 꺾었고, 그 대가는 참수, 나아가 효열이었다. 임금과 신하 사이와 목숨을 건 동지 사이를 오기는 공신들에게도 임금은 임금, 신하는 신하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자신에게 무례를 범한 이들에게 과하게 굴었다. 역시 죽였다. 그러면서도 훈척, 즉 공신들은 척결하지 못하고 그 세력을 그대로 다음 대, 예종에게 물려줄 수 밖에 없었다.

 

세조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한 것이라 믿었으리라. 할아버지 태종이 그러했듯, 자신은 어린 임금(단종)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정사를 좌지우지하는 세력(김종서, 안평대군 등)을 처단했다고 발표했고, 또 스스로 그리 생각했으리라. 그리고 자부했을 것이다. 임금의 자리에 오른 후, 조선이라는 나라를 체계화했고, 군사력을 증강했고, 법을 세우기 위해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자신이 임금이 된 것은 그랬어야 할 이치라고 여겼을 법하다.

 


 

 

김순남은 세조라는 인물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거의 시간 순으로 따라가면서 그의 인물됨보다는 그 시기에 있었던 일들을 중심을 보여주고 있다. 세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 세종을 돕던 시절, 세종이 죽고, 형 문종마저 죽은 후 단종이 즉위한 이후 권력을 찬탈하는 과정, 즉위 이후 권력을 공고히 해가면서도 공신들을 물리치지 못하고 그들과 한몸이 되어 편 가르는 국정을 운영해 간 과정, 그 과정에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변모시켜간 과정, 재위 후반부에 새로운 세력을 키워가며 권력 재편을 노렸던 과정, 하지만 결국은 실패한 결과 등을 보여준다.

 

그의 시각은 주로는 <실록>에 의존하고 있는데, <실록>이 어쩔 수 없이 살아남은 자, 승리한 자들의 기록임에는 분명하지만, 없는 일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최소한의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다소는 세조의 시각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또한 세조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종친이었던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이 그를 지지했다고 하더라도, 김종서가 국정을 농단하고, 안평대군이 이미 딴 마음을 먹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세조의 권력 찬탈은 김순남이 이야기하는 대로, 국가 시스템을 사적인 힘으로 무너뜨린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으며, 세조는 그 원죄를 죽을 때까지 업고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후의 그가 임금으로서 세운 업적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폭력적인 방식으로 임금이 되었지만, 그가 임금이 됨으로써 나라가 더 나아졌다고 해서 그의 행위를 눈감고, 심지어 명군이라고 칭찬해야 할까? 그게 조선이라는 나라, 그 시대에는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여야 할까? , 적어도 아니라고 본다.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 권력은 그 정당성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세조 대 내내 흩뿌려졌던 피는 그 대가라고 본다. 세조를 명군이 아닌가 고민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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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DrSlump

    정권을 잡은 세력이 명분이 없을수록 경제 발전을 중시합니다. 박정희가 그랬고, 전두환도 그랬죠.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것으로 자신의 혁명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1980년에 흉년이 들어 전두환은 미국의 카길사에 간청하여 시세인 200달러보다 3배 비싼 600달러를 주고 쌀을 1700만톤 수입을 했던 역사가 있었죠.

    2022.11.25 16:3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ena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네요.

      2022.11.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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