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偶話)란 동물이나 식물을 마치 사람처럼 묘사하여 인간 세계에 교훈을 주는 이야기를 말한다. 핵심어는 ‘동물이나 식물’과 ‘교훈’이다. 그러니까 그저 재미를 위한 이야기가 아니란 얘기다. 가장 유명한 우화는 다 알고 있듯이 이솝우화다. 기원전 600년대에 살다갔다는 고대 그리스의 아이소포스가 남겼다는 이야기다(이솝은 영어식 발음이니까 따지자면 아이소포스우화가 맞다).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이니까 까마득하다. 당연히 구전으로 전해져오다 언젠가 글로 옮겨졌을 것이다. 아마 실제로 이솝의 이야기가 아닌 것도 있을 것이고, 많이 달라진 것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이 책에도 등장하는 캥거루를 이솝이 알았을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솝의 것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변형되었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 이야기의 가치다. 우리가 배울 게 있다는 얘기다. 오래 전의 이야기라는 것은 구닥다리 이야기라는 말도 되지만, 그만큼 보편적이라는 말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지만, 무한한 가치를 가질 수도 있다.
정신의학과 의사 최강록은, 물론 이솝우화에서 가치를 찾는다. 그 가치는 단순히 착하게 살라는 도덕만이 아니다. 어쩌면 이솝이 맨 처음 이 이야기를 할 때와도 다르고, 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던 과거 어느 시대의 교훈과도 다른 교훈을 지금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보편적이지만, 현대에 맞는 해석. 최강록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베푸는 것이 훌륭한 일이라는 것,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강제보다는 부드러운 설득이 더 좋다느니, 양보를 해야 한다느니 하는 얘기도 하고 있지만, 다른 이의 본능을 주시해야 한다느디(돼지와 사자), 지금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느니(박쥐와 가시나무와 갈매기),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해야 한다느니(여우와 신 포도), 오늘을 즐겨야 한다느니(개미와 베짱이) 같은 얘기들은 현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오늘에 맞게 조언하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내가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관점과 다른 것도 없지 않다. 이를테면 ‘배부른 늑대와 양’ 이야기는 나라면 ‘진실한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평온하다’는 것보다는 상사 등에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지, 즉 무조건적인 입에 발린 말보다는 적당한 밀고 당기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로 읽고 싶다. 최강록 씨는 ‘고깃덩어리를 입에 문 개’ 이야기에서 타인을 존중하는 자세라는 교훈을 찾았는데, 나라면 그 이전에 자신의 상황을 잘 파악하라는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건 저자가 이야기를 잘못 파악했다는 게 아니다(그럴 리가!). 하나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변주해서 할 수 있고, 또 받아들이는 관점이 다양할 수 있는, 그야말로 고전의 특징과 가치를 말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이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또 그게 이 책을 읽는 이유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전래 동화처럼 알고 있던 것들이 원래는 이솝우화, 적어도 외국에서 들어온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 게 몇 개 있다. 대표적으로 ‘금도끼 은도끼’, ‘토끼와 거북이’ 같은 이야기다. 사실 그게 문제 될 건 없다. 역시 그만큼 보편적인 이야기란 얘기다. 어디 가져다 놔도 다 이해할 수 있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그게 이솝우화의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