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 동안 내가 읽은 책들 가운데 인상 깊었던 책들을 골라봤습니다.
우선 2022년 한 해 동안 모두 256권의 책을 읽었네요.
4년 동안 매년 비슷하게 읽는 것 같습니다.
매달 책읽기를 정리해왔는데 그 기록을 기초로 골라봤습니다.
우선 세균이나 감염 관련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그중 기억에 특히 남는 책은 1월에 읽은 존 M. 배리의 『그레이트 인플루엔자』입니다. 단순히 스페인독감만을 다루지 않고, 그 시기에 활동했던 많은 의사와 연구자들, 그리고 사회에 대한 영향, 잘못된 방향, 결국은 극복해낸 얘기 등까지 드라마틱한 책이었습니다.
주경철 교수의 책은 늘 좋아하는데, 올해에 나온 『바다 인류』는 『대항해시대』 이후 나온 묵직한 책이었습니다. 그만큼 깊이도 있었습니다.
과학 전반에 대한 책도 꽤 읽은 것 같은데, 그중에는 플로리안 아이그너의 『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가 기억에 남습니다. 과학이 작동하는 과정을 알려주면서, 아직도 부족한 점이 있음에도 과학이라는 활동이 왜 필요한지를 잘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
역사에 관한 책도 많이 읽은 편인데, 여러 책이 기억에 남지만 3월에 읽은 에릭 라슨의 『폭격기의 달이 뜨면』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상황을 전쟁 전체보다는 독일 폭격기의 영국 폭격을 중심으로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월터 아이작슨은 월터 아이작슨이었습니다. 인물 평전에서는 그만한 저자도 없어 보입니다. CRISPR로 노벨상을 받은 다우드나에 관한 『코드 브레이커』는 한 여성 과학자의 성장사이기도 하지만 CRISPR에 관한 개론서로도 충분했습니다.
그러고보면 칼 짐머도 칼 짐머였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과학저술가 중의 하나인 칼 짐머인데, 올해에 나온 『생명의 경계』는 우리가 생명에 대해서 얼마나 잘 모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면서, 또한 우리가 생명을 얼마나 알고 싶어하며, 그 앎이 얼마나 와 있는지를 알려줬습니다. 선물 같은 책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닐 슈빈의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는 진화의 속성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좋은 책이었고, 그레고리 주커만의 『과학은 어떻게 세상을 구했는가』는 아주 시의에 맞는, 코로나 백신의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는데 얼마나 기초 연구가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경의 『설레는 오브제』는 책에 대한 서평을 쓸 때도 그런 표현을 한 것 같지만, 읽은 사람을 설레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저자의 사연을 읽으며, 그냥 저자는 그렇겠지가 아니라 내 마음 속으로 그 사물들이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소설로는, 많은 매체에서 2022년 올해의 책으로 꼽힌 김훈의 『하얼빈』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영웅’ 안중근이 아니라 ‘청년’ 안중근을 읽었습니다. 그 나이가 너무 처절했습니다.
자크 페레티의 『세상을 바꾼 10개의 딜』은 정말 뜻밖의 책이었습니다. 그저 경영에 관한 책인가, 처세에 관한 책인가 보다 했는데 혁신적 아이디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거래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정우현의 『생명을 묻다』도 여러 매체에서 좋은 책이라고 뽑힌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후배인 정우현 교수의 첫 책이라 유심히 읽었습니다. 이런 데 관심이 있었구나, 하면서 읽었는데 내공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끝으로 얼마 전에 읽은 책으로 프란스 드 발의 『차이에 관한 생각』은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차별은 하지 말자는 내용인데, 그걸 당위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동안 영장류를 연구해온 학자의 결론이라 더 묵직했습니다.
아이니사 라미레즈의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은 ‘물질’과 ‘인간’을 잘 엮은 책이었습니다. 이런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모두 14권을 골랐네요.
플로리안 아이그너 저/유영미 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