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호의 『역사 컬렉터, 탐정이 되다』에서 마지막 장 <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의 해발 구천 미터>는 결식 아동 조사서에서 이야기 타래를 풀어간다. 그리고 끝에는 우리말 속의 가난과 궁핍의 흔적을 덧붙이고 있다. 잘 몰랐던 것도 있어 기록해 본다.
첫 번째는 “식사하셨습니까?”다. 요샌 흔한 인사말이고 별 의도도 없어 보이지만 그날그날의 끼니 여부로 인사말을 전했던 궁핍했던 시절의 흔적이다.
다음은 “찢어지게 가난하다”란 말이다. 여기엔 생략된 단어가 있다. 바로 ‘똥구멍’. 초근목피로 연명해야만 했던 시절,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으면 탄닌 성분 때문에 변비가 생겼다. 이 말은 거기서 나왔다.
정말 알지 못했던 것은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말도 지독한 가난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것이다. 어떤 부부가 유랑을 하다 어느 부잣집에서 공짜로 나눠진 죽을 먹다 옆의 남편이 죽은 죽도 모르고 남편이 남긴 죽까지 다 먹은 후에야 죽어 있는 남편을 보고 오열을 했던 사연이 이 말에 담겨 있다고 한다.
마지막은 “개판”이라는 말이다. 나는 여기의 ‘개’가 ‘犬’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짐나 그게 아니란다. 여기에는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가 베어 있단다. 이 내용은 옮겨 본다.
“피란살이로 밥 한 끼 먹기조차 힘들었던 전쟁 당시, 피란민 수용소에서는 거대한 솥에 밥을 지어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밥을 먹기 전 외치는 말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개판 오 분 전!“이다. 밥이 거의 다 되어 5분 후에 솥뚜껑을 열겠으니 준비하라는 뜻이다. 즉 ‘개판(開板)’은 ‘솥뚜껑(板)을 열겠다(開)’는 소리다. 그런데 굶주린 상태의 피란민들은 이 소리를 들으면 배식을 놓칠세라 급히 달려들었기 땜누에 밥솥 주변은 온통 난장판이 되곤 했다.”
(* 이런 설명이 옳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