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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

 

세균이 자라지 않는 ‘투명한 빈 자리(taches vierges)’

항생제는 바로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썩은 과일과 곰팡이 핀 접시, 하수구를 뒤져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

그들은 왜 '플레밍'과 '왁스먼'이 되지 못했을까?

"2023년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도서"

출판사 책 소개

커다란 영광과 막대한 이익 뒤로,

이름도 없이 사라져 버린 사람들,

항생제를 개발했던 그들은 왜 역사에서 잊혀졌을까

자동차와 비행기가 우리의 이동 방식을 바꾸는 동안, 냉장고와 엘리베이터는 우리의 생활을 새롭게 했고, 컴퓨터와 인터넷은 우리의 사고 체계를 뒤흔들고 있다. 예전 같으면 안타깝게 죽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 온전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우리 곁에서 생활하고 있다. 말 그대로 세상이 달라진, 혹은 누군가 세상을 바꿔놓은 것이다.

몇십 년 전이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이제 이런 변화의 감각마저 무뎌졌다. 역사책이나 다큐멘터리로 예전 생활을 떠올려 보지만, 이제는 ‘있어서 새롭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없는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 항생제가 바로 딱 그렇다.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어느 독일 시인의 낭만이 애처로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어이없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몸이 아픈 것은 외부의 미생물이 우리 몸에 들어와 그런 것이고, 항생제는 우리 몸은 가만히 놔둔 채 그런 세균만 골라 죽이는 물질을 말한다. 이제는 어린이들도 알고 있는 이런 의학 상식이 새로운 이야기로 우리 곁에 등장한 게 채 이백 년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런 항생제를 발견하고, 연구하고, 개발한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찾아낸 1928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항생제가 발견되었다. 그 하나하나의 개발 과정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전쟁의 참화가 불러온 상처를 낫게 하고야 말겠다는 인류애도 있었고, 돈과 영광에 눈이 아득해 흩뿌린 더러운 얼룩도 또렷이 남아 있다. 일흔이 넘어 시작한 연구로 엄청난 돈과 평생 얻지 못한 영광을 얻기도 했고, 자신의 연구를 지도교수에게 ‘도둑’ 맞아 노벨상을 놓쳤다는 하소연이 예사롭지 않은 희대의 스캔들도 있었다. 탁월한 결과를 낸 과학자지만 그가 만약 여성이라면, ‘예쁜’ 영광은 기꺼이 줄 수 있어도 돈과 지위는 주지 않았던 지난 시절 허리조차 펼 수 없던 낮은 천정도 여지없이 들어 있다. 제3 세계의 전통 지식과 토종 자원이 눈 밝은 선진국 사람들에게 아무 동의 없이 그대로 흘러 들어가 엄청난 수익을 창출했지만, 보상에서는 철저히 배제된 차별과 수탈의 역사도 남아 있다. 개인의 호기심 차원에서 진행되던 ‘소박한’ 연구가, 이제는 다양한 분야 수십 명의 전문가들이 모인 거대한 조직에서 대규모의 예산과 장기적 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공장제 프로젝트가 되었다. 이렇게 연구와 개발이 체계화되면서 더 많은 종류의 항생제가 개발되었고, 사람들은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탁월한 통찰과 끈질긴 실행력으로 성과를 얻은 사람들은 노벨상의 영광과 많은 돈을 손에 넣었고, 체계적으로 항생제를 개발해 상품화한 회사는 엄청난 돈과 영향력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플레밍’이나 ‘왁스먼’은 찾을 수 없다. OO회사 신약 개발팀의 분석 담당 OOO만이 있을 뿐이다. 회사에서 돈을 받고 연구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 대신 조직의 명칭으로 불리웠고, 그들의 이름은 논문과 특허의 각주로만 남았다. 이것 또한 세상의 변화였다. 항생제는 세상을 바꾸었고, 그 과정에서 항생제를 개발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이 책에는 그러한 과정과 변화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도 담겨 있다.

들판에는 커다란 나무도 있고 화려한 꽃도 있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작은 꽃들이 있고, 이른바 잡초라 불리는 식물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 누군가는 화려한 꽃을 찍어 사진으로 보관하겠지만, 나는 밝게 빛나는 그 꽃 주변의 고요하면서도 치열하고, 넉넉하면서도 치사한 풍경을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 항생제 발견의 역사는 몇몇 스타 과학자의 영웅 서사가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활약한 수많은 과학자와 주변의 온갖 사람들이 얽혀 있는 다채롭고, 일상적이고, 연속적인 이야기일 때 한층 더 실제에 가깝고 가치 있는 역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모습을 조금이나마 복원하고 싶었다.

“더러울수록, 더 좋다”

하수구에서 흘러나온 폐수에서 찾은 항생제

20세기 초반, 이탈리아의 사르데냐에는 장티푸스가 유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열로 고생했고, 설사와 복통으로 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곳의 의사와 과학자들은 원인을 찾아 질병을 퇴치할 방법을 찾았지만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던 많은 이들 중에 바다로 버려지는 폐수와 하수구를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는 하수구 이곳저곳에서 폐수를 조심스럽게 수집했고, 실험실로 돌아가서는 그곳에 무슨 세균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도시에는 장티푸스가 유행했지만, 도시 하수가 모여 버려지던 그곳 폐수에는 놀랍게도 장티푸스를 일으키는 살모넬라 균이 하나도 없었다. 바로 하수구 근처의 곰팡이가 살모넬라균을 모두 죽여버린 것이었다. 이렇게 태어난 항생제가 바로 세팔로스포린이다. 2022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처방된 항생제가 바로 이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항생제이고, 세팔로스포린이 널리 처방되는 경향은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슷하게 나타난다.

더러운 폐수에서 세균을 물리치는 항생물질을 찾아낸 사르데냐 대학의 주세페 브로추는 이탈리아에서 이 물질로 약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2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이탈리아에서는 연구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전승국의 일원으로 이탈리아에 와있던 영국군 의사가 이 소식을 듣고, 옥스퍼드의 페니실린 팀에 해당 샘플을 보내 주었다. 이탈리아의 지중해 한가운데 있던 섬에서 발견된 항생물질이 멀고 먼 영국의 옥스퍼드에서 놀라운 약으로 탄생한 것이다. 개인의 역량만큼이나 어느 조직에서 어떤 네트워크로 일을 하느냐도 중요할까? 세팔로스포린 개발은 그 둘은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말한다.

제3 세계 산골짝의 진흙 한 움큼에서 찾은 항생제,

‘공정한’ 연구를 묻다

필리핀의 의사 아벨라르도 아귈라는 죽음의 순간에도 ‘그 말’을 했다. 자신이 수집한 토양 샘플에서 에리트로마이신을 찾아냈으니, 글로벌 제약회사 일라이릴리는 자신의 기여를 인정하고, 정당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고.

그는 일라이릴리의 정식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수년간 필리핀 각지의 흙을 수집해 그중 항생물질이 있을 만한 샘플을 일라이릴리의 미국 연구소로 보내는 작업을 했다. 일라이릴리에서는 2년간의 연구 끝에 이 흙을 기반으로 탁월한 효능의 항생제를 개발했다. 그 항생제가 바로 현재도 꾸준히 사용되는 에리트로마이신이다. 이 약을 개발하고 판매한 일라이릴리의 개발팀과 영업팀은 엄청난 판매량에 다들 환호했지만, 아귈라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이 약의 탄생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었기 때문이었다. 억울한 아귈라는 미국 본사를 방문해 자신의 활동을 소명하고 싶었지만, 그런 기회도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모든 활동을 문서화 해놓지 않은 자신을 한탄했지만, 필리핀의 한 도시에서 이름을 딴 항생제의 명칭부터 시작해 너무나도 분명한 자신의 기여가 어처구니없이 무시당하는 데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필리핀 정부에서도. GATT를 비롯한 각종 다자간 협정과 무형 자산, 생물 자원의 공정한 이용을 내세웠지만, 일라이릴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특허와 각종 법률은 물론 로비와 영향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생물 다양성 협약이 하나둘 효력을 발휘하고 2014년 이후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면서, 제3세계의 어떤 생물 자원도 관련자의 동의 없이 국외로 반출이 불가능하다. 동의나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가져다 쓴 미국을 비롯한 제약업계의 선진국들에게 이제 제동이 걸렸다. 그들은 이제 다른 나라의 풀 한 포기, 흙 한 줌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없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항생제의 겨울’이 왔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는

항생제 ‘혁신의 실종’과 ‘발견의 공백기’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던 항생제가 어느 시점부터 개발이 더뎌지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대부분의 항생제가 바로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에 개발된 되었거나, 이때 개발된 항생제를 변형한 것이다. 하지만 거대 제약회사, 소윅 빅파마(Big Pharma)들이 항생제를 더 이상 개발하지 않았고, 연구 파이프라인에도 항생제는 더 이상 계획에 없었다. 항생제 개발이 1980년대 들어와 뚝 끊어진 것이다.

항생제는 개발 자체가 쉽지 않다. 항생제는 사람에게는 없고 세균에게만 있는 구조나 효소 혹은 생합성 과정을 표적으로 삼는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에게 부작용이 생겨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런데 세균과 사람이 정말 많이 다른 것 같지만, 사실 또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그렇지만도 않다. 요즘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더라도 이전과 완전히 다른 항생제는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표적 자체가 완전히 다른, 전혀 새로운 항생제가 아닌 이상 기존 항생제에 의한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항생제 내성의 문제는 개발 자체의 어려움에 더해 항생제 개 발을 지체시키는 요인이다. 새로운 표적을 찾지 못해 기존 항생제의 내성 문제를 극복하는 항생제 개발이 어렵다는 문제뿐 아니라,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를 개발했다 하더라도 세균의 능력은 그 항생제에 대해서도 금방 내성을 획득해 버린다.

신약 개발의 어려움 외에 항생제 개발에는 ‘항생제 내성’이라는 문제까지 추가로 있는 것이다. 빠르게 개발해 많이 팔고 싶은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개발도 어렵고 약의 수명도 짧은 항생제를 굳이 개발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원하는 약’을 만드는 게 훨씬 유리했다.

“쓸 수 있는 항생제가 없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박테리아

녹슨 못에 쓸려 세균에 감염될 수도,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는데 바로 그 병원에서 세균에 감염될 수도, 여름철 물놀이장에서 신나게 놀았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세균이 옮아 감염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사소한 이유로 감염되었는데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없어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된다는 공포물 같은 예상은 그저 겁주기 위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다시 한번 짐 오닐의 보고서를 보자. ‘한 해’에 ‘천만 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추가로’ ‘죽는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진화의 원리는 코끼리에게도 맞지만, 세균이라고 다르지 않다. 세균이 진화를 거듭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고 나면, 그 이후 항생제는 그 병원균에 소용이 없다. 병을 고치는 데 필요하다고 의사가 처방한 만큼의 항생제를 꼭 지켜 먹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항생제 내성에 관한 짐 오닐의 보고서는 이런 경고까지 내놓았다. 이 책에서 나온 많은 숫자 중 가장 섬뜩한 숫자다.

‘한 해’에 ‘천만 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추가로’ ‘죽는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추가로 죽는 천만 명에는 내가 포함이 안 될 수도 있다. 천만분의 일일뿐이다. 하지만 그 낮은 확률에 나 혹은 내 가족이 해당되면 그때는 죽을 확률이 얼마나 될지. 확률은 참 잔인하다. 그래서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은 항생제 내성으로 끝을 맺는다. 이 상황을 바꿀 수 있기를 바라면서.

[출처] 세상을 바꾼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 페니실린에서 플루오로퀴놀론까지, 항생제 개발의 진짜 역사|작성자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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