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페트로스키의 《물리적 힘》에서는 우리 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만나거나 쓰는 기구들에 대한 발명 이야기가 적지 않게 소개되고 있는데, 먼저 얘기했던 캔 따개도 그것 중 하나다. 몇 가지를 더 소개하자면, 먼저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오늘도 지하철역을 이용하면서 에스컬레이터를 탔는데, 이게 편리하다는 건 다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발명되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그냥 누군가 했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어떤 회사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내고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했던 거 같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에스컬레이터를 지금과 같이 실용적인 것으로 만들고, 이름도 escalator라고 붙인 것이 바로 오티스(OTIS)라는 것이다. 바로 엘리베이터회사인데, 오티스는 바로 엘리베이터를 지금과 같이 실용화한 장본인이다. 그러니까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발명은 아니지만) 한 인물(또는 한 회사)에서 실용화된 셈이다. 그럼 발병은 누가 했을까?
지금은 일상이 된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미국 최초의 특허는 1859년 매사추세츠주 소거스에 살던 발명가 네이선 에임스(Nathan Ames)가 받은 ‘회전 계단’이다. 많은 발명이 그렇듯 에임스의 발명 뒤에 많은 개선이 일어나면서 다른 발명가들이 후속 특허를 얻었지만, 그중 대부분은 (에임스의 발명과 마찬가지로) 당시에 실제로 건설되지는 않았다. 뉴욕 시민 제시 리노(Jesse W. Reno)가 발명해 1896년 코니아일랜드에 설치된 ‘무한 컨베이어 또는 엘리베이터’만큼은 예외였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escalator)라는 단어를 만든 사람은 리노도 다른 발명가도 아닌 오티스엘리베이터회사다. 수직 방향으로 움직이는 장치, 즉 엘리베이터와 비스듬하게 움직이는 장치를 구별하기 위해 그런 이름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미국 특허청은 이 신조어를 기술적 용어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오티스사가 1900년 파리박람회에 최초의 에스컬레이터를 선보이면서 이 이름을 상표로 등록했다. (218쪽)
그리고 바인더 클립이 있다. 바인더 클립이라고 하면 이름이 생소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종이 뭉치를 묶는 집게다. 이걸 누군가 ‘발명’했다고 생각했어나? 싶으면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도 엄연한 발명품이다.
이 기발한 도구는 워싱턴 DC에 거주하던 발명가 집안 출신의 10대 소년 루이스 발츨리(Louis E. Baltzley)가 발명했다. (중략) 나중에 쉽게 집고 쌓을 수 있는 포커 칩과 가루를 담는 통의 뚜껑, 게임 테이블 옆에 비치된 유리잔 홀더를 발명한 루이스는 글 쓰는 일이 주 업무였던 아버지가 원고를 순서대로 유지하도록 돕고 싶었다.
바인더 클립은 1915년 ‘종이를 묶는 클립’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얻었고, 이후 100여 년 동안 그 겉모습은 발츨리의 특허 신청서 그림에서 묘사된 것에서 거의 변하지 않아 개선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243쪽)
그 다음은 정말 놀랄만한 발명품(!)이다. 우리가 피자를 배달시켰을 때 항상 따라오는 것, 그럼에도 뭐라 부를지 모르는 것, 그래서 그냥 그 플라스틱 조각이라고 하는 것, 그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다. 진짜 이름은 (영어로) 여러 가지로 불렸는데, ‘뚜껑 지지대(lid support)’, ‘피자 스태커(pizza stacker)’, ‘피자 세이버(pizza saver)’ 등등이다. 헨리 페트로스키는 이것에 가장 널리 쓰이는 이름은 ‘작은 거시기(little thingy)’라고 하여 우리와 별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준다.
아르헨티나 발명가 클라우디오 트로글리아(Claudio Troglia)는 피자 파이와 상자를 따로 떼어놓는 방법을 생각해내 1974년 ‘피자분리기’에 대한 특허를 받았다. 다리가 셋 달린 미니 스툴처럼 생긴 이 장치는 피자 중앙에 꽂는 것이다. 10여 년 뒤 뉴욕 딕스힐스에 살던 카멜레 비탈레(Carmela Vitale)가 플라스틱 삼발이로 받은 특허는 트로글리아의 발명을 전혀 언급하지 않지만, 사실상 동일한 문제를 해결했다. (268쪽)
이 간단한 플라스틱 조각이 우리에게 선사한 멀쩡한 피자를 생각하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