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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는 세계

[도서] 책이 사는 세계

헨리 페트로스키 저/정영목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살아가면서 고민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고민 중 다른 사람들은 뭐, 그런 걸 가지고 고민하느냐 할 것 같은, 또 일부의 사람은 무척 공감해줄 것 같은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책장 문제다.

 

내 사무실의 책장은 이제 포화 상태를 넘어서 과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책과 선반 사이의 틈에 집어 넣기도 하고, 책을 이중으로 세우기도 하면서 버티는 중이다. 몇 년 전부터는 구입하는 책의 비중을 줄였음에도 이 지경이 되었다. 지인은 내 사무실의 책장을 보고는 꾸안꾸라고 했지만, 의도치도 않았고, 꾸밈의 요소도 전혀 없다. 더 문제는 책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대충 주제별로 모아 놓았고, 내가 좋아하는 저자의 책들은 또 함께 두었는데도, 꼭 찾으려고만 하면 한참 걸린다. 나중에 보면 이중으로 세워놓은 책 뒤에 숨었거나, 틈에 눕혀져 있거나... 그렇다.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당연히 잘 보지 않는 책을 처분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알 거다. 잘 보지 않는 책? 그런 게 어딨나? 어떻게든 처리하기 위해서 꺼내든 책을 보면 이건 언젠가 다시 볼 것 같다(사실 실제로 올 여름 그런 책이 몇 권 있었다). 그래서 다시 돌려놓는다. 별 수 없다. 최소한 퇴임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유지할 밖에.

 

꼼꼼함의 대명사, 헨리 페트로스키가 책장(책꽂이)에 대해 쓴 것은 놓쳤었다. 물리적 힘을 읽기 위해 책장을 펼치고서야 놓쳤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헨리 페트로스키라는 것도, 그리고 책에 관한 책이라는 것도, 이중으로 놓친 셈이었다. 볼 것 없이 바로 읽었다.

 


 

앞에서 책에 관한 책이라고 했지만, 우리말 제목대로 책이 사는 세계’, ‘책이 놓여지는 공간에 관한 책이다. 책장이 되었든, 책꽂이가 되었든, 책궤가 되었던, 심지어 바닥이 되었든 그런 공간에 관한 책이다. 그런데 꼭 그런 것에만 집중한 책이냐? 그건 또 아니다. 원제만 봐도 그렇다. “The Book on the Bookshelf”. ‘책장에 놓인 책쯤으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여전히 중심은 책이란 얘기다. 말하자면 책과 책장 얘기를 다 한다. 하기야 책장 얘기를 하면서 거기에 놓이는 책 얘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책의 모양이 변하면 당연히 책장도 그 모양과 역할이 변할 수밖에 없는 일이니 말이다.

 

책장에 관한 별별 이야기를 다 한다. 먼 옛날 처음 두루마리로 책을 만들던 시절 그 두루마리가 놓여졌던 선반이며 상장 이야기에서, 도서관이 생기기 전 도서관 비슷한 역할을 했던 수도원 등에서 책을 두고 읽었던 회랑, 혹은 열람실 얘기를 하고, 책을 두는 방식에 관한 얘기, 책장의 재질과 책장을 벽에 직각으로 두느냐, 평행하게 두느냐 등의 문제, 넘쳐나는 책들을 계속 보관하기 위한 절대적 임무를 어떻게 완수하느냐의 얘기 등등. 생각해보면 모두 다 책장에 관해서 해야만 하는 얘기인데, 이렇게 읽지 않으면 책장에 관해서 도대체 책 한 권이 어떻게 나와? 이럴 수 있는 얘기들이다.

 

헨리 페트로스키는 사소한 것에 거()한다. 그런데 그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라 그것에 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거의 목숨을 걸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으면서는 우리가 이렇게 정말 많은 것을 해결해가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를 유지하는 데 정말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필요했구나, 그런 것을 깨닫게 된다.

 

다시 내 책장을 본다. 뭔가 수를 내긴 내야 한다.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긴 했다. 헨리 페트로스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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